도쿄전력 “오염수 악화시 방류차단 기준 없어” 韓 “문제 소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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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 희석후 ‘고농도’ 검출때
배출정지 판단 조건 마련 안해
한국 “우선 사실 확인뒤 대응”
원전 인근 세슘 180배 해산물 나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해양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 원전에서 나온 오염수를 정화 처리한 채 담고 있는 
탱크 1000여 개의 모습. 2월 촬영된 사진이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현 내륙 도시 오쿠마에서 이 같은 보관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오쿠마=AP 뉴시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해양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 원전에서 나온 오염수를 정화 처리한 채 담고 있는 탱크 1000여 개의 모습. 2월 촬영된 사진이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현 내륙 도시 오쿠마에서 이 같은 보관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오쿠마=AP 뉴시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해양 방류에 나설 도쿄전력이 정화 처리한 오염수에서 예상치 이상의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나올 경우 어떤 상황에서 방류를 차단할지 등의 조건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전 오염수에서 방사성 물질을 거르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에 문제가 생겨도 방류가 계속 이뤄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는 도쿄전력이 밝힌 게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일본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할 방침이다. 지난달 일본 현지를 시찰한 한국 정부 시찰단이 확보한 자료 등을 토대로 자체 분석에도 나설 계획이다.

● “고농도 방사성 물질 정지 조건 없어”


7일 일본 관계 당국 및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전날 후쿠시마현에서 전문가를 대상으로 오염수 방류 설비 및 바닷물 주입 등에 관한 공사 상황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오염수를 희석한 바닷물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확인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도쿄전력 측에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바닷물을 끌어와 오염수와 희석한 뒤 (방사성 물질) 농도에 따라 (해양 방류를) 정지하는 판단을 하는 조건은 현재 없다”며 “어떤 형태로 이상이 발생할 수 있는지까지 포함해 생각해 보겠다. (확실한 답변을 못 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바닷물에 어느 정도로 방사성 물질 농도가 높을 때 방류 차단 설비를 작동할지에 대해 기준이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주요 설비들이 설계대로 설치돼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이상 상황 시 오염수 방출을 차단하기 위한 수단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쿄전력 설명대로라면 이 차단 설비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과 요건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 해양 방류를 위한 작업의 마무리에 들어갔다. 6일 오염수 해양 방류에 사용할 해저터널에 바닷물을 주입하는 작업을 마쳤고, 이달 말 설비 완공이 이뤄질 예정이다. 일본 측은 ALPS 처리 등을 통해 방사성 물질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추고 희석한 뒤 원전에서 1km 넘게 떨어진 바다까지 터널을 뚫어 방류할 예정이다. 다만 ALPS 처리를 해도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는 걸러지지 않는다.

한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내 항만에서 5월에 잡은 우럭에서 일본 식품위생법 기준치를 180배 초과하는 1만8000Bq(베크렐)의 방사성 물질 세슘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과 맞닿은 해변에는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흘러나오고 있다.

● 정부 “사실이라면 문제, 확인할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 제거는 오염수 해양 방류의 가장 중요한 절차인데 이와 관련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문제가 크다”며 “우선 사실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시찰단이 확보한 자료와 시찰을 통해 직접 본 내용, 일본 측에 대한 사실 확인 등을 토대로 오염수 정화에 이상이 있을 경우 방류를 제어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자체적으로 분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정화 처리한 오염수에서 예기치 못한 변수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나왔을 때 일본 측이 대처할 준비가 됐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설계에 따라 문제없이 정화 설비가 설치돼 평시에는 잘 작동한다고 해도, 지진 해일 등이 발생하거나 불시에 정전이 발생해 설비가 고장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시찰단은 지난달 후쿠시마 원전에서 ALPS, 중앙감시제어실, 방사성 물질 농도 균질화 및 분석 작업을 하는 ‘K4 탱크’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시찰단은 당시 일본 측에 ALPS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본 측에 ALPS 작업 전후 농도 분석 결과 데이터 원자료를 요청해 받았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도쿄전력#오염수 악화#방류차단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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