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법칙’ 새겨야 할 항공 안전[기자의 눈/변종국]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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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국·산업1부
변종국·산업1부
26일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항공 비상구 개방 사건으로 기내 안전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인용하면서, 항공사들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고 있다. 항공사뿐만 아니라 승객들의 안전의식도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포공항 등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기내 반입금지 물품 적발 건수는 약 29만3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안전을 해치는 물품 적발 건수도 매년 늘고 있다. 항공 안전을 위한 승객의 의무를 지키지 않는 일도 많다. 국회에 따르면 2019년 257건이던 항공안전법 위반 행위 적발건수는 코로나19 기간인 2021년 48건에서 지난해 100건을 훌쩍 넘기며 다시 증가하고 있다.

승무원은 흔히 서비스 직원으로 알지만 기내 안전을 총괄하는 안전요원이기도 하다. 이들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행태는 가지각색이다. 기내 흡연은 항공 보안 위반 행위 중 매년 압도적 1위의 적발건수를 차지한다. 승무원이 안전에 위배되는 행위를 제지하면 오히려 고객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승무원들은 민원 제기가 두려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항공기 오버헤드 빈(기내 수하물 함)에 여행용 가방을 올리는 것도 사실은 승무원의 의무가 아니다. 안전요원인 승무원이 짐을 올리다가 다칠 수 있기 떄문이다. 해외 항공사 승무원들은 짐을 올려주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국내에선 가방을 올려주지 않았다며 불친절했다는 항의를 쏟아내는 사례가 많다.

기내 음주도 적당히 해야 한다. 기내 안전과 건강을 위해 승무원은 자체 판단에 따라 음주를 제지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화를 내거나, 다른 사람은 주는데 왜 나는 안 되느냐는 등의 항의를 받기 때문에 승무원들은 속이 탄다.

수십 년 항공 역사에서 축적된 항공 안전 매뉴얼이 존재하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매뉴얼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기내 좌석에 배치된 항공기 안전 안내서를 읽어보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승객들에게도 적용된다. 승객들의 작은 부주의와 안일한 생각, 안전 수칙에 위배되고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직간접적인 행동들이 대형 사고의 불씨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하인리히 법칙#항공 안전#아시아나항공 비상구 개방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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