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그림 못 그려도 웹툰작가 할 수 있어요” AI가 바꾸는 만화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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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이용해 스토리 구상-편집… 이미지 생성 AI로 다양한 장면 연출
유명 만화가 화풍 이어가기 위해 데이터 진위 판별하는 기술 활용
평생 그린 작품 학습시키기도

어린이과학동아 편집부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만든 웹툰. 챗GPT로 이야기를 구성했고 그림도 AI 프로그램이 그렸다.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어린이과학동아 편집부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만든 웹툰. 챗GPT로 이야기를 구성했고 그림도 AI 프로그램이 그렸다.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최근 인공지능(AI)이 만든 그림이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됐어요. AI는 이제 웹툰에까지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요! 마감에 지친 만화가들을 돕는 AI부터 만화가의 영생을 돕는 기술까지! 만화가를 꿈꾸는 독자라면 주목!

● 만화가, AI로 영생을 꿈꾸다
일본 만화의 신이라 불린 고 데즈카 오사무 작가(1928∼1989)의 신작 ‘파이돈’이 사후 31년만에 발표됐어요. 후배 작가들과 AI의 협업으로 탄생했다는 소식에 화제가 됐지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AI로 영생을 꿈꾸는 작가가 있다는데요?

이현세 작가는 지난해부터 AI 프로그램에 자신의 그림체를 이식하는 ‘AI 이현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이현세 작가는 지난해부터 AI 프로그램에 자신의 그림체를 이식하는 ‘AI 이현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지난해 10월, ‘공포의 외인구단’ ‘아마게돈’으로 잘 알려진 만화가 이현세 작가는 44년간 쌓은 노하우를 AI에 전수한다고 밝혔어요. AI로 그림풍과 세계관을 발전시켜 작품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지요. 웹툰 프로덕션 재담미디어와 이 작가는 평생 그려온 4174권 분량의 만화책을 AI에 학습시켜, 작가 특유의 그림체를 구사하는 ‘AI 이현세’ 프로젝트를 완성할 계획이에요.

재담미디어 박석환 이사는 “AI 이현세는 AI 생성모델 중 텍스트-이미지 ‘확산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어요. 확산 모델은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망가뜨린 뒤 원래대로 복구하는 과정을 학습해요. 즉, AI가 고해상의 사진을 백지로 만들었다가 다시 원래의 그림으로 돌려 놓는 작업을 반복하며 그림 그리는 방식을 익히는 것이지요.

‘우주소년 아톰’으로 잘 알려진 데즈카 작가의 파이돈은 AI가 만든 캐릭터와 이야기에 만화가들과 시나리오 작가의 손을 거쳐 30쪽 분량으로 만들어졌어요. 기술을 담당한 일본 게이오대 구리하라 사토시 교수는 “AI가 데즈카 작가의 작품을 학습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130개의 줄거리를 만들었다”고 했어요. 여기엔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 기술이 활용됐습니다. GAN은 창과 방패처럼 한쪽은 계속 진짜 같은 가짜 데이터를 만들고, 다른 한쪽은 가짜인지 판단하며 서로 치열한 대결을 벌여요. 이 과정을 반복하면 점점 더 진짜 같은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기술이지요.

● AI와 일하는 만화가를 만나다
어린이과학동아 ‘찬찬의 브레인 스쿨’ 홍승우 작가님, 네이버웹툰 ‘제타’의 하지 작가님. 두 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AI와 함께 작업한다는 사실이지요. 두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어 볼래요?

―AI로 스토리를 구상하셨다고요.


▼ 홍승우=1월 15일자 찬찬의 브레인 스쿨의 에피소드 ‘냄새 도둑의 등장?’(56화)은 AI 기술을 도입해 완성한 첫 작품이에요. 먼저 스토리는 챗GPT를 이용했어요. 영어로 ‘냄새 도둑에 대해 간략하게 동화를 만들어 줘’라고 명령을 내리자 단 몇 초 만에 스토리가 완성됐어요. 좀 더 복잡하고 극적인 요소를 넣어달라고 요청하니 진화된 스토리가 나왔죠.

―이미지에는 AI를 어떻게 활용하셨나요.


▼ 홍승우=만화에는 컷마다 다양한 배경이 삽입돼요. 이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면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서 GAN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에 ‘만화 스타일, 동화 나라, 언덕 위의 꽃, 향기’ 같은 키워드를 넣어 배경을 뽑아냈어요. 어린이수학동아 1월 15일자의 에피소드 ‘단서를 찾아라’(42화) 속 쓰레기통 로봇의 캐릭터 디자인도 미드저니의 도움을 받았답니다.

▼ 하지=웹툰 제타는 AI와 인간의 미술 대결을 다룹니다. 제타의 모든 그림은 구글의 ‘딥 드림 제너레이터’로 만들었어요. 다양한 화풍을 학습한 AI에게 제가 선택한 이미지를 전해 주면 그 이미지를 재해석해서 그려 주는 방식이에요. 제가 그렸다면 일주일은 넘게 걸렸을 수준 높은 그림이 눈앞에서 단 1분 만에 만들어지니 처음에는 허탈한 감정까지 들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좋은 기술을 더 좋은 그림이나 만화를 그리는 데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기대감이 들었어요. 아직은 AI가 정해진 구도와 색감만을 반복한다는 한계도 있어요.

● ‘똥손’ 기자도 AI로 웹툰 작가 도전
AI가 그린 그림. 인간 화가가 그린 그림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표현이 뛰어나다.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AI가 그린 그림. 인간 화가가 그린 그림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표현이 뛰어나다.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어린이과학동아 편집부도 AI 프로그램으로 웹툰 만들기에 도전했답니다. 챗GPT가 만드는 상상 초월의 스토리와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의 그림 실력에 편집부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

먼저 웹툰 스토리는 챗GPT로 구성했어요. “흑마법사에 대한 동화를 만들어 줘” “공주가 어떻게 해결책을 찾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줘” 등 요구 사항을 입력하고, 추가 질문으로 스토리의 완결성을 높였어요. 그 다음은 이미지 작업. 미드저니로 이미지를 만들어 냈지요. 미드저니 서비스에 접속한 뒤 만들고 싶은 그림을 영어로 입력했어요. “공주가 약초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판타지 스타일” 식으로 말이지요. 마지막으로 추가 이미지를 넣거나 말풍선을 삽입해 완성했어요. 그 결과, 짜잔! 우리가 만든 ‘공주와 사악한 마법사’ 어때요? 멋진가요?

이혜란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ran@donga.com
#웹툰#만화가#ai#홍승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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