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타점왕 향해… 마흔, 잔치는 계속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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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형우 17시즌간 1461타점… 37점 앞선 이승엽 올시즌 넘을듯
“스윙 5개 하면 숨차는 나이지만 박수 보내는 마지막 한 명을 위해
끝까지 힘껏 방망이 휘두르겠다”

“통산 타점 1위는 제가 타자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기록이 될 것 같아요.”

2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프로야구 KIA의 베테랑 타자 최형우(40·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최형우는 프로 데뷔 후 지난해까지 17시즌 동안 1461타점을 쌓았다. 이 부문 역대 1위인 ‘국민 타자’ 이승엽 두산 감독(1498점)과는 37점 차다. 최형우는 데뷔 후 두 시즌 동안엔 모두 6경기밖에 뛰지 못했고 타점은 없었다. 이후 15시즌 가운데 타점이 가정 적었던 건 2021년의 55개다.

최형우는 이 감독과의 타점 차가 세 자릿수일 때만 해도 통산 타점왕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고 한다. 프로 데뷔가 남들에 비해 많이 늦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2시즌 삼성에서 데뷔한 그는 주로 2군에서만 머물다 2005년 방출됐다. 25세이던 2008년 삼성에 재입단하며 1군 경력을 본격적으로 쌓기 시작했다.

최형우는 “사실상 20대 중반이 넘어 프로 생활을 시작하지 않았나. 내가 야구를 가장 잘했던 2014∼2016년에도 타점 부문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며 “이번 시즌에 통산 타점 1위에 오르면 내가 그동안 차지했던 그 어떤 타이틀보다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형우가 늦은 나이에도 빠르게 타점을 쌓을 수 있었던 건 명확한 자기 객관화 덕분이었다. 그는 “나는 내가 최정(SSG), 김재환(두산), 박병호(KT) 같은 홈런형 타자가 아니라는 걸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중장거리형 타자로서 ‘내 앞에 주자가 나가면 그것만 끌어모으자’는 생각을 했고, 항상 그 역할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탁월한 클러치 능력을 바탕으로 최형우는 삼성 시절 네 차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IA로 이적한 2017시즌에도 한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2020시즌 타격왕에 오르며 3년 47억 원에 KIA와 재계약한 최형우는 최근 2년간 2할대 타율과 두 자릿수 타점에 머무는 부진을 보였다. 그를 두고 ‘에이징 커브’(나이가 들면서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최형우도 세월을 실감하고 있다. 팀 스프링캠프에 앞서 1월 15일 후배 류지혁(29), 황대인(27)과 함께 미국으로 먼저 개인 훈련을 떠났던 최형우는 “아침에 일어나 낮잠 한번 안 자도 후배들은 눈이 번쩍거리고 쌩쌩한데, 나는 스윙 5개만 하면 숨이 차고 힘들더라. 후배들을 보면서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하는 마음이 들곤 했다”고 털어놨다.

최형우는 지난 시즌 후반기 들어 타율 0.314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전반기에 겪었던 시행착오도 약이 됐다. 순간 반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평소 하던 레그킥을 생략해 보기도 했지만 오히려 타격 부진이 심해졌던 것이다. 이 때문에 원래 타격 폼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

40세인 최형우는 올해 FA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았다. 하지만 은퇴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마흔 살의 나이로 골든글러브(지명타자 부문)까지 받고 은퇴한 이대호(41·당시 롯데)를 언급하며 “대호 형처럼 박수받을 때 떠나는 것도 멋있지만, 나는 내게 박수를 보내주는 마지막 한 사람이 있을 때까지 방망이를 놓고 싶지 않다. 방망이를 휘두를 힘이 남아 있고, 팀과 팬들도 나를 필요로 한다면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고 싶다”고 했다.

이번 시즌 시범경기에서도 3∼6번 타선에 서는 최형우의 뒤를 이을 후배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그를 더 뛰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최형우는 “후배 거포들의 타격감이 무르익어야 나도 마음 편하게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끔 (황)대인이한테 ‘네가 빨리 잘해야 내가 그만두지 않겠냐’고 농담 삼아 말하기도 한다”며 “언젠가 후배가 당당히 내 자리를 밀어내주면 나도 응원하며 방망이를 내려놓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네 살 된 아들 최이준 군의 존재도 그가 하루라도 더 방망이를 잡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최형우는 “내가 은퇴를 빨리 하면 집안에 더 이상 야구 선수가 없으니 흥미가 줄어들 것 같다. 아들한테 야구를 억지로 시키고 싶지는 않으니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야구 선수를 오래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광주=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프로야구#kia#최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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