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방일]
게이오대서 ‘DJ-오부치 선언’ 언급
“후손에 불편한 역사 남겨줘선 안돼”
스가 “尹에 후쿠시마 방류 이해 당부”
“25년 전 한일 양국 정치인이 용기를 내어 새 시대의 문을 연 이유가 후손들에게 불편한 역사를 남겨줘서는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일본 게이오대에서 열린 한일 양국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 역사를 무의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여러분도, 저도 좋은 친구를 만들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내기 위해 조금 더 용기를 내자”고 강조했다. “메이지시대 사상가 오카쿠라 덴신은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고 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청년세대가 바로 한일 양국의 미래”라고 했다. 한일관계를 복원하려 한 것이 ‘미래세대를 위한 결단’이었음을 강조한 것. 이어 “자유롭고 왕성하게 교류, 협력한다면 청년세대의 신뢰와 우정이 가져올 그 시너지를 체감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 일본 학생이 ‘한일관계 개선에 어떻게 기여해야 하느냐’고 묻자 “자주 만나야 한다. 한국을 방문해 달라”면서 “취임 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한 건 김포∼하네다 항공 노선을 푼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강연을 보기 위해 학생 200여 명이 강당을 채웠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 대학 강단에 선 건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의 와세다대 강연 이후 29년 만이다. 게이오대는 구한말 개화파 청년들을 후원했던 후쿠자와 유키치가 설립한 대학이다.
강연에 앞서 윤 대통령은 도쿄 시내 호텔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부총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등 일본 정계 주요 인사들을 접견했다. 일본의 초당파 의원 모임인 일한의원연맹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에 관한 이해를 요청했다. 조만간 차기 연맹 회장을 맡기로 한 스가 전 총리는 이날 윤 대통령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郎) 현 회장이 후쿠시마 처리수에 대해 이해해 달라는 얘기를 했다. 윤 대통령도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기본으로 투명하고 과학적이며 객관적인 것을 중요시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스가 전 총리는 “일본 정부로서는 (IAEA 방침에 따른 투명하고 과학적인 처리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 방향으로 해 나가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이즈미 겐타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과 만나 2018년 일본 해상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으로 촉발된 초계기 갈등 해결과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언급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구체적 답변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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