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안전망의 핵심인 내진설계-내진보강, 국산 기술력 자부심 우뚝

[강소기업이 미래다] ㈜한국방재기술

2019 대한민국 산업대상 시상식 현장(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경영혁신 부문 수상).

최근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국내에서도 지진과 내진 시설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한반도는 비교적 지진에서 안전하다고 인식됐으나 최근 몇 년간 큰 지진이 자주 발생하면서 건축물 내진 설계와 내진 보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도 2025년까지 국가 기반 시설과 학교 시설 등을 중점적으로 보강하여 내진율을 81%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진 설계, 내진 보강 분야에서 국내 최고 기술을 갖춘 ㈜한국방재기술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내진 설계 중요성 인식 국내 시장 개척

SRM 마감 적용 현장. 지진 발생 시 주요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의 내진 보강은 필수적이다.

한국방재기술은 내진 분야에 특화된 엔지니어링 회사다. 지진에 대비하는 성능 설계, 감쇠 구조 설계, 면진 구조 설계에 대한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내진 안전에 대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 현재는 건축 구조 설계, 안전 진단 및 시설물 유지 관리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여 건축 구조 분야의 종합 엔지니어링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

과거 내진 설계 분야는 건축 구조 설계의 한 분야로만 인식됐지만, 국내에서도 몇 차례 큰 지진을 겪은 뒤에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방재기술은 2011년 설립 이후 해외의 최신 기술을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 등 내진 설계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강조해 왔다. 2010년대 중반 국내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한 이후 단숨에 건설업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안태상 한국방재기술 대표는 “한국방재기술은 미국, 일본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감쇠 구조, 면진구조 시장 가능성을 인지하고 한발 앞선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적극적으로 국내 시장을 개척해왔다”라고 회사 역량을 설명했다.

한국방재기술의 가장 큰 강점은 독보적인 기술력이다. 한국방재기술의 주력 아이템은 건축물에 작용하는 지진력을 감소시켜 내진 안전성을 향상할 수 있는 ENTA 댐퍼(감쇠 장치)와 SRM(복합 내진 보강 시스템)이다.

ENTA 댐퍼 강재요소(위). ENTA 댐퍼 면내변형 유도 가이드(가운데). ENTA 댐퍼(강재요소+면내변형 유도 가이드).

ENTA 댐퍼는 지진이 발생해 진동이 건축물로 전이되면 특별히 고안한 댐퍼가 진동에너지를 소산시켜 건축물의 안전을 확보하는 기술이다. 기존 내진 기술에 비해 안전성이 향상되었으며 파괴나 붕괴에도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신축건물에 이 공법을 시공할 경우 철근으로 구성된 정착부를 완제품 형태로 제작해 별도의 현장 시공이 필요없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리모델링 내진 보강의 경우 공장 완제품 제작 후 현장에서 조립·설치해 시공성을 향상했고 건물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기존 건축 계획의 간섭을 최소화하여 외부 설치 시 조망, 채광 간섭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ENTA 댐퍼는 우수한 내진 성능 검증을 통해 2019년 특허청 우수발명품 인증,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 성능 인증을 획득하였다.

벽식형 ENTA 댐퍼 적용형태(왼쪽)와 인방형 ENTA 댐퍼 적용형태.

학교 건축물 등 중소 규모 건축물 내진 안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개발된 SRM은 기존 기둥 보강과 감쇠 장치 보강을 혼합한 복합 내진 보강 공법이다. 중저층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에 감쇠 장치가 포함된 철골 구조물을 기준 구조물 내외에 부착해 내진 보강하는 공법이다.

SRM 방식은 철골 골조의 변형을 중앙의 전단 연결재(Shear Link)가 흡수하여 보강 골조의 강도와 강성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또한 철골 프레임으로 기존 구조물의 강도와 강성을 향상하면서 기초 보강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내진 성능이 뛰어나다. 일차적으로 사각틀 형태의 철골 프레임이, 이차적으로 전단 연결재가 진동을 흡수하는 이중 내진 구조를 갖춰 안전성이 뛰어나다. SRM은 2020년 한국지진공학회 특수공법 검증을 통과했다. 또 2022년 한국발명진흥회 우수발명품 인증을 받았으며 국토교통부 건설 신기술 제945호로 신규 지정되어 우수한 내진 성능을 대내외적으로 입증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SRM 공법 실험 현장.

건물 설치와 복구도 한결 간편해졌다. 시공 시에는 부착식 공법으로 기존 건축물 철거를 최소화할 수 있고, 간단한 앵커와 볼트 결합으로 공정을 진행할 수 있다. 보수 시에는 손상 정도를 확인하고 전단 연결재를 교체하면 되기 때문에 복구가 용이하다.

또한 기존의 문, 창문 등 개구부를 그대로 유지해 조망이나 채광을 방해하지 않고 시공 후 마감을 통해 건물의 외부 변화를 최소화해 건물의 디자인적 요소를 저해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SRM 공법은 중저층 구조물에 최적화되어 있어 학교 시설, 병원 시설, 공공 건축물, 필로티 건축물 등에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한국방재기술은 이러한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서울 혁신파크 리모델링 공사, 네이버 제2사옥 신축공사, SK하이닉스 M16 리모델링 공사, KAIST 중앙도서관 내진보강공사 등 다수의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 시장 선도 고민

경기 광주에 위치한 한국방재기술 공장 전경.

안 대표는 한국방재기술의 경쟁력으로 우수한 기술을 개발·적용할 수 있는 연구 능력, 엔지니어링 기술과 인적 인프라를 꼽았다. 안 대표는 시장에 내놓는 한국방재기술의 모든 제품은 자체 기술 연구를 통해 개발한 제품들이며 직접 설계로 현장에서 유연성 있게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방재기술은 크게 두 가지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첫 번째는 건축 구조 설계, 건축물 안전 진단의 역량 강화다. 기존 중점 사업인 내진 보강 사업의 시작에서 완료까지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독보적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두 번째는 내진 구조 분야에서 진동 제어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회사 경쟁력을 향상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한국의 내진 시장은 과거와 달리 많은 업체가 시장에 참가하며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시장 상황을 전했다. 이미 많은 업체가 감쇠 장치를 생산·납품하고 있고 많은 설계사가 성능 설계를 사업 분야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한국방재기술은 내진 설계를 벗어난 건축, 토목 설계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 도입을 통해 시장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 다양한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차별화 전략을 설명했다.

그는 “다만 부족한 기술력을 가격으로 덮으면서 경쟁에 참여하는 일부 업체로 인해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내진 설계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올해 건설경기의 악화로 건설 관련 전 분야가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건설시장 위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사업 영역 확장과 기존 사업의 적극적인 위기관리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도 지진 안전지대 아냐 기능별 매뉴얼 있어야”

안태상 대표 인터뷰

안태상 한국방재기술 대표(사진)는 기술의 중요성을 아는 경영인으로 평가된다. 그는 “기술 개발을 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올해도 1건의 기술을 발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안 대표는 2002년 건축구조기술사 자격을 획득했고 이후 현업과 학업을 병행하며 2014년 고려대 건축학과, 사회환경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우수한 기술 인력이기도 하다. 이에 안 대표는 “엔지니어로서, 사업가로서 관련 분야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배움을 실천해야 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있을 것”이라며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1년 한국방재기술 설립 당시만 하더라도 지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크지 않은 시기였다. 안 대표는 지속적인 환경 변화로 한국의 지진 발생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2015년 한국방재기술을 인수했다. 이후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 큰 지진이 발생하며 내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안 대표는 “더 이상 한국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에도 국내 내진 대책은 부족함이 많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축물에 대한 내진 설계와 내진 보강은 물론이고,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국민적 매뉴얼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안 대표는 도쿄에 있었다. 그는 당시 지진에 대처하는 현장을 보고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일본 국민은 동요와 혼란이 없었고, 지진에 대한 안전교육이 잘 되어 있었다.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에 상황별, 기능별 매뉴얼을 제작하고 교육을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안전장치가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 대표는 “현재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 중인 공공기관의 내진 보강 사업은 내진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구조 분야 기술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업체가 진행하는 것이 문제다”라며 “현재 구조 안전 기준에 많은 허점이 있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상정한다면 구조 안전은 건축구조기술사와 같은 구조 전문가의 책임하에 안전을 지키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