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립하던 中 공유자전거 시장, ‘3대 빅테크’ 계열로 재편[글로벌 현장을 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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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지하철영 근처에 공유 자전거 100여 대가 늘어서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업체가 난립해 걷기 어려울 정도로 자전거가 많았지만 당국의 규제 이후 질서를 잡아 가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13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지하철영 근처에 공유 자전거 100여 대가 늘어서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업체가 난립해 걷기 어려울 정도로 자전거가 많았지만 당국의 규제 이후 질서를 잡아 가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몇 년 전까지 베이징에서만 오포(노란색), 모바이크(주황색), 블루고고(파란색) 등 공유 자전거 브랜드 10여 개가 난립해 문제가 많았다. 베이징 외곽에는 방치된 자전거들이 쌓여 거대한 무덤처럼 보였는데 색깔이 알록달록해 ‘꽃무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10일 중국 베이징 지하철 7호선 솽징(雙井)역 부근에서 만난 직장인 천지주(陳吉宁·34) 씨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직전까지 베이징 도로를 점령하다시피 했던 공유 자전거 상황을 떠올리며 “이제는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고 이용하기 더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업체 간 경쟁이 줄어들면서 소비자 혜택도 함께 줄었고 앞으로 공유 자전거 이용료도 올라간다는 얘기가 있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천 씨는 퇴근할 때마다 공유 자전거를 이용해 지하철역부터 집까지 약 2㎞를 이동한다. 한 번 이용할 때마다 요금은 1.5위안(약 290원)이다. 여전히 저렴한 금액이긴 하지만 몇 년 전까지 1위안(약 19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0%나 인상된 것이다. 천 씨는 “베이징 버스 요금이 1.5위안”이라면서 “공유 자전거 이용료가 더 오르면 이용에 부담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업체 난립하며 부실 직면
2018년 무렵까지 중국은 공유 자전거 천국이었다. 특히 수도 베이징이 그랬다. 비슷한 시기에 많은 나라들이 공유 자전거를 도입했지만 유독 베이징이 ‘천국’이 된 것은 도시 전체가 평지여서 자전거를 타기에 지형적으로 편리하고 거의 모든 곳에 자전거 도로가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이용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는 점도 자전거 이용자 급증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용자에게 헬멧이나 보호 장비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하는 규정도 없었고, 특히 공유 자전거 주차에 대해 매우 관대했다. 자전거를 이용한 뒤 아무 곳에나 둬도 문제가 없었다. 지정된 곳에만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도록 한 다른 나라들과는 달랐다. 업체들은 규제의 부재를 파고들면서 난립했다. 선두주자 오포와 모바이크는 거침없이 성장했다.

오포는 한때 ‘세계 최대 공유 자전거 업체’로 명성을 떨쳤다. 2014년 베이징대 출신 다이웨이(戴威)가 창업한 오포는 2015년 9월 베이징대 캠퍼스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개시했다. 2016년엔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베이징, 상하이, 청두, 샤먼 등 중국 전역에 진출했다. 성장을 거듭한 오포는 2017년에는 태국, 오스트리아, 체코, 이탈리아, 러시아, 네덜란드, 미국 시애틀, 영국 런던 등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7년 10월에는 하루 이용 건수 3200만 건을 돌파했고 시장가치가 30억 달러(약 3조9000억 원)를 넘어서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모바이크도 오포에 이은 2위 업체로 승승장구했다. 중국 전역에서 자전거 1000만 대를 운영했고 2018년까지 세계 9개국, 180여 개 도시에서 이용자 2억 명을 확보했다.

하지만 두 업체는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문제에 직면했다. 부실한 수익 구조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용자들의 보증금과 투자자들의 투자금에만 의존해 사업 확장을 하다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또 의식 수준이 낮은 일부 이용자들이 공유 자전거를 함부로 다루면서 고장 건수가 급격하게 증가해 운영비용이 급상승했다. 중국 당국도 도시 미관 훼손을 막기 위해 곳곳에 방치된 자전거를 더 자주, 더 빨리 회수하도록 공유 자전거 업체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결국 오포는 2018년 파산했다. 같은 해 모바이크 역시 중국 최대 음식 배달 기업 메이퇀(美團)에 팔렸다. 오포가 자전거 제조업체와 고객들에게 돌려주지 못한 돈은 20억 위안(약 38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2’ 접어든 中 공유자전거

오포의 파산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시장은 3대 브랜드로 재편돼 새로운 도약을 맞고 있다. 1위는 노란색 메이퇀, 2위는 파란색 하뤄(哈羅·헬로바이크), 3위는 초록색 칭쥐(靑桔)다. 중국 인터넷 매체 신랑왕(新浪網)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은 메이퇀 21.8%, 하뤄 20.2%, 칭쥐 17.9%다.

세 업체 모두 보증금 제도를 폐지했다. 과거 업체들이 보증금 반환 문제로 비판을 받아온 점을 고려한 것이다. 든든한 빅테크 기업이 뒤에 버티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사실상 빅테크 기업의 대리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메이퇀은 2018년 당시 시장 2위 모바이크를 사들였다. 인수 금액은 27억 달러(약 3조5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메이퇀은 자전거 색깔을 주황색에서 노란색으로 바꾸고 중국 최대 음식 배달 앱인 메이퇀 앱으로도 공유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뤄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그룹의 투자를 받은 회사다. 하뤄는 중국 내 사용자가 10억 명을 넘어선 전자결제 앱 즈푸바오(支付寶·알리페이)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칭쥐는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이 만든 업체다. 2018년 1월 설립된 칭쥐는 모회사 디디추싱의 뒷받침 속에 빠르게 성장했다. 공유 자동차 대표주자인 디디추싱이 이동수단 운영 노하우와 데이터를 갖춘 덕분이었다.

2018년 한 차례 부침을 겪고 재편된 중국 공유 자전거 업계는 여전히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중국 시장조사 기관 궁옌왕(共硏網)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33억 위안(약 2조5300억 원)이던 공유 자전거 시장 규모는 2020년 247억 위안(약 4조7000억 원)까지 성장했다. 또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시기인 2021년에는 규모가 더 커져 320억 위안(약 6조1000억 원), 2022년에는 380억 위안(약 7조2300억 원)까지 늘어났다. 베이징일보는 “지난해 베이징에서 공유 자전거 이용자는 8억6700만 명”이라며 “하루 평균 이용자는 294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1% 증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중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공유 자전거 이용자가 더 늘었다는 사실이다. 버스나 지하철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적다는 인식 때문이다. 당시 업체들은 소독제를 이용해 자전거 손잡이를 닦거나 비닐장갑 등을 착용하고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안내하는 등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펼쳤다.

지정구역 주차 등 ‘규제 필요’ 공감대
요즘 중국에선 공유 자전거에 대한 규제가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은 업체가 공유 자전거를 늘리려면 각 지방 당국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자전거 주차 문제에 대한 규제도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적절한 규제가 공유 자전거 시장을 안정시키면서 이용자를 더 늘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공유 자전거 업체 직원이 공유 자전거들을 회수하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공유 자전거 업체 직원이 공유 자전거들을 회수하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베이징은 공유 자전거 총량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계절적 특성과 이동 수요 등을 감안해 도시 중심 지역의 자전거가 최대 80만 대가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또 공유 자전거 업체들이 자전거 품질, 주차 질서 등을 관리하도록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시 당국은 공유 자전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업체들이 수시로 자전거를 회수해 지정된 장소에 옮겨두도록 하고 있다. 특히 중점 관리 지역을 별도로 정해 이 지역에서는 업체들이 당국의 호출에 5분 이내에 응답하고, 15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 30분 이내에 자전거 이동 조치를 완료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유 자전거 주차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자 펜스’를 확대하고 있다. 공유 자전거가 지정된 주차 구역(전자 펜스)을 벗어나 다른 곳에 주차돼 있으면 열쇠가 잠기지 않고 이용자에게 요금이 계속 청구되는 방식으로 지정 구역 주차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용자 의식 개선에 나서는 지방 정부들도 있다. 14일 쓰촨자오퉁(四川交通)신문에 따르면 중국 중서부 쓰촨성 청두시의 경우 공유 자전거 업체가 자전거를 지정된 곳에 주차하지 않는 이용자들을 찾아내 벌점을 부과하고 위법 행위가 누적된 이용자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관리하도록 했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중국#공유자전거#3대 빅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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