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감각, 온라인 경기때 위력… 골이 쏟아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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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4 국가대표 최종후보 박지민
얼차려 심해 중2때 선수생활 접어… 축구게임으로 옮겨 2년전 첫 국대
국제대회 우승에 득점왕-MVP까지
“9월 亞경기 경기장 지배하겠다”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를 찾은 피파온라인4(피파4) 선수 박지민이 평소 사용하는 게임 패드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박지민은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아경기 피파4 국가대표 최종 후보 4명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피파4를 포함한 e스포츠는 
아시아경기 72년 역사상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를 찾은 피파온라인4(피파4) 선수 박지민이 평소 사용하는 게임 패드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박지민은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아경기 피파4 국가대표 최종 후보 4명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피파4를 포함한 e스포츠는 아시아경기 72년 역사상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내가 국가대표가 돼 한국 축구를 이끌겠다.”

박지민(20·울트라세종)은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4년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자 이렇게 다짐하며 유소년 축구 클럽에서 매일 공을 찼다. 박지민은 결국 충북 청주시 세광고 3학년이던 2021년 6월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그는 발이 아니라 손으로 공을 몰았다. 선배들의 얼차려에 시달리다 중학교 2학년이던 2017년 축구를 그만둔 뒤 축구 게임 ‘피파 온라인4’(피파4)를 통해 국가대표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피파4는 △도타2 △리그 오브 레전드 △몽삼국2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 파이터5 △펜타스톰 △하스스톤과 함께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아경기 e스포츠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e스포츠가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지민은 곽준혁(23·KT 롤스터) 김병권(26·FC서울) 박기영(18·울트라세종)과 함께 이번 아시아경기 피파4 국가대표 후보 최종 4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5월 중 평가전을 진행해 이 중 2명을 피파4 국가대표로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박지민은 “아시아경기에 프로 게이머로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할 수 있는 첫 기회다. 꼭 국가대표에 선발돼 한국이 e스포츠 강국이란 걸 세상에 보여주고 한국 e스포츠 역사에 내 이름을 남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피파4 국가대표 사령탑이자 소속팀에서도 한솥밥을 먹는 신보석 감독(31)은 “박지민의 가장 큰 장점은 클러치 능력”이라면서 “큰 대회에서는 긴장해서 실력 발휘를 못 하는 선수가 많은데 박지민은 그럴 때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실제로 박지민은 한국 국가대표로 처음 출전한 2년 전 FIFAe 콘티넨털컵에서 곧바로 우승을 차지했다. FIFA에서 주관하는 콘티넨털컵은 피파4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대회다. 박지민은 이 대회 10경기에서 총 28골을 넣어 득점왕과 대회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박지민은 “어렸을 때 축구 선수로 뛰며 얻게 된 감각이 피파4를 할 때도 도움이 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 슛을 해야 골로 연결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보다 득점력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현실 세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던 박지민은 축구 선수 경험 때문에 오히려 처음에는 축구 게임을 잘하지 못했다. 박지민은 “피파3 때까지만 해도 게임 속 선수들 움직임이 전혀 현실적이지 않았다”면서 “그러다 (2018년) 피파4에 들어서면서부터 내가 알고 있는 축구 지식이 게임에 제대로 반영되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박지민이 피파4에서 가장 선호하는 톱 스트라이커는 ‘LH(Loyal Heroes) 클래스’의 호나우두(47·브라질)다. LH 클래스는 국가대표 팀 활약을 기반으로 선수 능력치를 정한다. 박지민은 “호나우두가 ‘땅볼 받아먹는 능력’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박지민은 단축키 ‘ZS’를 활용해 윙어가 낮고 빠르게 주는 패스를 스트라이커가 골로 연결하는 플레이가 장기인 선수다.

피파4 팬들에게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 전도사로 통하는 박지민은 “태국의 파따나삭 바라난(21)도 득점력이 정말 뛰어나다. 아시아경기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파따나삭과 ‘공격 대 공격’으로 맞붙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박지민#피파4#국가대표 최종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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