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로 전세사기 잡는 시스템 구축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3일 11시 47분


코멘트
20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전세사기 주범과 공범 구속 및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2.20. 뉴시스
20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전세사기 주범과 공범 구속 및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2.20. 뉴시스
정부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는 이미 AI를 활용해 ‘집값 띄우기’를 위한 불법 거래나 편법 증여를 잡아내기 위한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 사례가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누리집에 이런 내용의 ‘AI를 활용한 부동산 불법행위 피해예방 및 부동산 이상거래 선별 고도화 방안 연구’(이하 ‘연구’) 입찰을 위한 사전규격을 공개했다.

사전규격공개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5000만 원 이상의 물품구매나 건설공사 및 연구용역 사업자 선정 등을 위한 입찰에 앞서 관련 내용을 일정 기간 공개하는 절차이다. 발주기관이 특정업체에 유리한 조건을 반영하고, 해당업체가 사업을 독점하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8000만 원 예산으로 추진되는 이번 연구의 사전규격공고는 10~15일까지 진행된다.

● AI 통해 전세사기 잡아낸다
뉴스1
13일 사전규격공고에 따르면 국토부는 정부가 재산손실과 주거불안을 초래하는 전세사기 등 부동산 관련 불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악의적 전세사기의 경우 임대차 계약 시점에 임차인(세입자)이 등기부등본을 열람하는 등 법적인 대응절차를 밟더라도 피해 예방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악성 임대인의 행태가 조직화, 지능화, 광역화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소비자 피해를 가져오는 부동산 이상거래를 사전에 선별할 수 있는 관리 감독 시스템의 고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AI 기법 등을 활용해 상시적인 관리 감독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 방식을 고도화하기로 한 것이다.

국토부는 2년 전인 2021년에도 AI를 활용해 시세 띄우기나 편법증여를 위한 이상거래 등을 단속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 정부는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집값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시세 띄우기용 허위거래를 꼽고, 이를 단속하는 데 공을 들였다. 하지만 근절되지는 않고 오히려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자 해결책으로 AI 활용 카드를 꺼내든 것이었다.

● 올 하반기에 시스템 구축 추진
이번 연구는 계약체결일로부터 6개월 간 진행된다. 따라서 올 하반기에는 관련 연구 결과가 나오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과제는 4가지이다. 우선 전세사기를 포함해 그동안 발생한 부동산 소비자 피해를 일으킨 부동산 이상거래 사례와 유형에 대한 분석이다. 이를 통해 부동산 불법행위의 구조적 특징을 파악하고, 이상거래 감지 기준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다.

두 번째는 부동산 이상거래 감지를 위한 분석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다. 기존 AI를 활용한 다양한 분석 방법에 대한 이론적인 검토와 함께 부동산거래자료, 건축물 대장 및 등기자료, 공시자료 등 이용할 수 있는 모든 행장정보와 연계해 분석모형을 만들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부동산 불법행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이상거래 선별 방안의 고도화 작업이다. 여기에는 ▲전세사기 발생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상시 관리감독 시스템 구축 ▲부동산 소비자 피해를 가져올 부동산 이상거래 선별 방안 제시 ▲부동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연구 등이 포함된다.

마지막 과제는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AI 관리감독 시스템을 실제 활용도 검증이다. 이를 위해 전세사기가 빈번한 지역을 대상으로 모의조사를 진행하고, 대규모 개발 예정지 인근을 대상으로 이상거래에 대한 시범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 갈수록 정교해지는 전세사기
정부가 AI 활용 방안을 모색할 정도로 최근 전세사기는 조직적이고, 정교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지난달 발표한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에서 소개한 빌라왕 전세사기였다. 이에 따르면 전세사기는 조직적인 형태로 사전 공모된 뒤 조직적으로 이뤄져 일반인들이 예방하기가 쉽지 않은 수준이었다.

즉 건축주와 중개사, 분양대행 컨설팅, 감정평가사 등이 사전에 모의하고, 시세를 부풀리거나 바지임대인(‘집주인’)을 내세운 뒤 임차인을 모집함으로써 사전에 단속하거나 수사하기에 어려움이 컸다.

이런 과정에서 중개사는 위험을 축소 은폐하고, 세입자는 시세정보나 집주인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위험한 전세계약 체결하는 일이 적잖았다. 또 임차인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건축주에서 바지임대인으로 명의가 바뀌거나 임대차 계약보다 우선변제권을 갖는 선순위 근저당이 발생하기도 했다.

게다가 감평사가 시세를 부풀려 보증회사의 보증을 가입함으로써 해당주택이 법원경매 등에 처했을 때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관련 법규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한편 공인중개사 등에 대한 특별점검 등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특히 국토부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은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5월 말까지 특별점검을 진행 중이다. 대상은 최근 2년 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사고 물건 가운데 공인중개사가 중개했던 계약 물건이 위치한 수도권 지역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