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피아자-몰리나”… 지휘봉 들고 돌아온 추억의 스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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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감독-해설자도 별들의 전쟁
이종범 해설위원-닐슨 호주 감독, 한때 일본 주니치서 함께 뛰어
작년 은퇴 이대호도 마이크 잡아… 켄 그리피 주니어는 美타격코치

“딩고 저 친구, 언제 저렇게 살이 쪘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B조 한국과 호주의 경기가 열린 9일 일본 도쿄돔. MBC 해설위원으로 경기장을 찾은 이종범 LG 코치는 데이비드 닐슨 호주 감독을 멀리서 알아보고 이렇게 말했다.

1998∼2001년 일본에서 뛰었던 이 코치는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서 닐슨과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딩고는 일본 시절 닐슨 감독의 애칭이었다. 1992∼1999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밀워키에서 포수로 뛴 닐슨 감독이 2000년 주니치에 입단하면서 둘은 경쟁을 벌였다. 포지션은 달랐지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외국인 야수가 2명까지로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외야수였던 이 코치는 닐슨 감독을 밀어내고 주전으로 활약했다.

올해 WBC는 각국의 야구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인 별들의 잔치다. 20개국 600명의 선수 중 MLB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만 186명이다. MLB 올스타전에 출전한 적이 있는 선수는 67명,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은 선수도 7명이나 있다.

그라운드에만 스타가 있는 건 아니다. 각국 코칭스태프와 방송 해설위원으로 WBC를 찾은 왕년의 스타들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지상파 3사 해설위원들은 모두 레전드 선수 출신이다. KBS 해설은 MLB 아시아 선수 최다승 기록(124승)을 갖고 있는 박찬호 위원이 맡았다. 한국과 일본, MLB에서 모두 뛰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이대호 위원은 SBS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한팀 투수-포수로 ML 달구던 동지… 어느덧 세월 흘러 이탈리아 감독과 한국의 해설자로 현장을 누빕니다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는 물론이고 샌디에이고에서도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박찬호(왼쪽)와 마이크 피아자. 동아일보DB·AP 뉴시스
한팀 투수-포수로 ML 달구던 동지… 어느덧 세월 흘러 이탈리아 감독과 한국의 해설자로 현장을 누빕니다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는 물론이고 샌디에이고에서도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박찬호(왼쪽)와 마이크 피아자. 동아일보DB·AP 뉴시스
다른 나라에도 올드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이름이 많다. 이탈리아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마이크 피아자 감독이 대표적이다. MLB에서 홈런 427개를 때려 역대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평가받는 피아자 감독은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와 배터리를 이뤘다. 피아자 감독이 지휘하는 이탈리아는 9일 조별리그 A조 쿠바와의 경기에서 연장 승부치기 끝에 6-3으로 이겼다.

지난해까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에서 뛰었던 야디에르 몰리나는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푸에르토리코 지휘봉을 잡았다. AP 뉴시스·동아일보DB
지난해까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에서 뛰었던 야디에르 몰리나는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푸에르토리코 지휘봉을 잡았다. AP 뉴시스·동아일보DB
D조의 푸에르토리코 감독은 작년까지 MLB 세인트루이스에서 활약한 명포수 야디에르 몰리나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 동안 세인트루이스 한 팀에서만 뛰었던 몰리나 감독은 선수 시절 뛰어난 투수 리드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20∼2021년 세인트루이스 소속이던 한국 대표팀 투수 김광현(SSG)은 “최고의 포수가 공을 받아준 덕분에 MLB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이스라엘 대표 선수로 뛰었던 이언 킨슬러는 이번 대회에선 이스라엘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MLB에서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2차례 받았고 올스타에 4차례 선정됐다. 텍사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이던 그는 2013년 말 디트로이트로 트레이드됐는데 당시 텍사스는 1번 타자로 뛰던 그를 대신해 추신수(SSG)를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영입했다.

MLB 통산 홈런 7위(630개) 켄 그리피 주니어는 미국 대표팀 타격 코치를 맡고 
있다. AP 뉴시스·동아일보DB
MLB 통산 홈런 7위(630개) 켄 그리피 주니어는 미국 대표팀 타격 코치를 맡고 있다. AP 뉴시스·동아일보DB
가장 화려한 코칭스태프 라인업을 자랑하는 팀은 미국이다. 마이크 트라우트(LA 에인절스), 무키 베츠(LA 다저스) 등 스타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코칭스태프의 이름값 역시 이에 못지않다. 사령탑은 MLB에서 전천후 내야수로 뛰며 통산 100홈런을 기록한 마크 데로사가 감독이다. 타격 코치는 통산 630홈런을 기록한 명예의전당 헌액자 켄 그리피 주니어, 투수 코치는 통산 256승을 거둔 왼손 투수 앤디 페티트다.


도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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