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선위해 ‘김문기 몰라’ 허위공표”… 李측 “팀장급 600명 기억할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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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재판 출석]‘이재명 재판’ 시작… 檢과 5시간 격돌
선거법 위반 혐의 첫 공판 출석
檢 “김문기 모른다 발언 허위 공표”… 李측 “만났다고 안다고 할 수 없어”
李, 내달까지 4차례 재판 더 남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이 대표는 
오른손을 들어 답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곧바로 법정으로 향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이 대표는 오른손을 들어 답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곧바로 법정으로 향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20대 대선 과정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몰랐다고 하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재판에 출석했다. 지난해 8월 당 대표 취임 후 처음 재판에 출석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1심 첫 공판에 출석한 이 대표 측은 “어떤 사람을 아는지 여부는 경험한 내용과 횟수로만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김 전 처장을 알면서 모른다고 말했다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대표 측은 또 “안다, 모른다는 어떤 시기의 인지상태를 말한 것뿐인데,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만나 보고를 받거나 해외출장에서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처럼 변형해 기소했다”며 “이상하고 무리한 기소”라고 주장했다. 만난 사실은 있지만 특별히 기억할 만한 접촉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김 전 처장과 같은 성남시 소속 팀장급은 600명이나 된다”고 하는 등 5시간 동안의 재판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검찰은 2009년 김 전 처장의 휴대전화에 이 대표의 연락처가 저장됐다는 사실과 2015년 호주, 뉴질랜드 출장 당시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함께 찍힌 동영상 및 사진을 공개하며 맞섰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에서 핵심을 맡은 김 전 처장 등과의 업무 관련성이 확인될 경우 비판 여론이 확산될 우려가 있어 연관성을 차단하려 한 것”이라며 “20대 대선에서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선 기간이던 2021년 12월 방송에 출연해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인 김 전 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당시 몰랐다’고 말하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는 이날 점심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를 몰랐다는 윤석열 후보 말은 조사도 없이 각하했고, 김문기를 몰랐다는 이재명 말에 대해선 압수수색과 수십 명의 소환조사를 통해 기소했다”며 “이 부당함에 대해 법원이 잘 밝혀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입장문을 내고 “(대선 당시 윤 후보 발언은) 친분에 대한 평가나 의견 표명에 해당할 뿐 아니라 김만배 씨의 진술도 동일한 취지여서 허위로 보기도 어려워 불기소 처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 첫 공판


檢 “金 휴대전화에 ‘이재명 시장’ 저장
도지사때 알았다는 주장과 달라”
李 “김만배 몰랐다고한 尹은 각하”
100만원이상 벌금땐 다음대선 못나와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28분경 감색 코트를 입고 변호인과 함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굳은 표정의 이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입장문을 꺼내 읽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재판이 진행된 약 5시간 동안 이 대표는 생년월일과 주소 등 신분 확인에 응한 것을 제외하면 줄곧 침묵을 지킨 채 변호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에서 “피고인이 할 얘기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도 “없다”고만 짧게 답했다. 검찰 측에서 법정 내 스크린을 통해 호주, 뉴질랜드 출장 일정 자료 등을 제시하자 책상 위에 놓인 관련 자료를 살펴보며 스크린의 자료와 대조하기도 했다.

● 이재명 측, PPT 30여 분간 공소사실 반박

검찰은 재판에서 1시간 넘게 할애해 이 대표에 대한 공소사실을 낭독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09년 무렵 한 공공주택리모델링연합회에 조언을 하면서 당시 건설업체에서 일했던 김 전 처장과 교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2015년 1월 호주와 뉴질랜드로 9박 11일간의 해외 출장을 함께 다녀왔으며 “성남시 제1시책으로 평가받던 대장동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해 수차례 대면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이 길어지자 이 대표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있기도 했다.

검찰 측 공소사실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준비한 프레젠테이션(PPT)을 통해 약 30분간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표 측은 “허위사실 공표죄의 공표 대상은 ‘사실’로 한정되는데 ‘성남시장 재직 당시 김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은 주관적 판단”이라며 “죄의 구성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또 이 대표의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를 금지하는 ‘행위’에 속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상의 행위는 자질이나 성품, 능력과 관련성이 있어 유권자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줄 만한 사안으로 한정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변호인은 김 전 처장이 수차례 보고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하급 직원의 보고는 일상적인 일이고 성남시 공무원과 산하기관 직원 4000여 명 중 김 전 처장과 같은 직급을 가진 팀장급만 600명에 달한다”며 “그런 사람을 기억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송 출연에서 한 발언이기 때문에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했다. 이 대표 측은 “방송에서 즉흥적 이야기를 할 때는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 특성에 비춰봤을 때 토론회 대담 등에서 말한 건 공표에 해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 2주 후 또 재판… 본격화된 사법리스크
검찰 측은 이날 “포렌식 등을 통해 2009년 6월 24일 김 전 처장의 휴대전화에 이 대표의 연락처가 저장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맞섰다. 검찰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전 처장의 휴대전화에서는 ‘이재명 시장’, ‘이재명 지사’로 각각 저장된 2개의 휴대전화 번호가 발견됐다. 검찰은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최소 2개 이상의 연락처를 공유한 관계임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이 딸에게 해외출장 당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사장 직무대리와 골프를 쳤다고 자랑한 동영상 등도 증거로 제시했다.

이날 재판을 시작으로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달 17, 31일과 다음 달 14, 28일에도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이번 재판에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의원직을 잃게 되고, 민주당은 지난 대선 비용 434억여 원을 반납해야 한다.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돼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비롯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등과 관련해서도 검찰이 기소하면 이 대표는 매주 두세 번씩 재판에 출석해야 할 수도 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이재명 재판#선거법 위반 혐의#첫 공판 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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