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넘는 장신 선수 슛도 ‘원천봉쇄’
경기당 블록슛 평균 1.087개 1위
역대 가장 작은 블록왕도 196cm

한국 프로농구가 출범한 1997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26번의 시즌을 치르는 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국내 리그에서 블록슛 타이틀은 키 200cm가 넘는 북중미, 유럽 출신 선수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국내 선수가 블록슛 1위를 차지한 건 두 번뿐이다. 김주성 DB 감독대행이 2003∼2004시즌과 2007∼2008시즌 타이틀 홀더다. 김 대행의 키는 205cm다. 역대 블록슛 왕 가운데 키가 200cm에 못 미친 선수는 3명뿐인데 2명은 196cm, 한 명은 199cm다.
아반도는 제자리에서 뛰는 서전트 점프 높이가 1m나 된다. 달려와 뛰는 러닝 점프를 하면서 오른손을 뻗어 올리면 손가락 끝이 높이 348cm까지 이른다. 키 200cm가 넘는 웬만한 국내 선수들보다 더 높은 타점이다. 코트 바닥에서 농구 골대 림까지 높이가 305cm다.
아반도가 자신보다 15cm 이상 큰 상대 센터들의 슛을 걷어낼 수 있는 것도 이런 ‘고무공 탄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아반도가 지난해 11월 18일 DB와의 경기에서 남긴 블록슛 6개는 이번 시즌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이 같은 탄력을 앞세워 아반도는 15일 열린 올스타전 덩크슛 콘테스트에서도 200cm 이상의 센터와 포워드를 모두 제치고 덩크왕에 올랐다.
코트 안에선 상대적으로 단신인 가드 포지션 선수가 아반도처럼 블록슛을 많이 하려면 점프력뿐만 아니라 상대 슈터에게 잽싸게 접근하는 빠른 발, 슈팅 타이밍을 정확히 잡아내는 감각까지 갖고 있어야 한다.
아반도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췄다는 게 김상식 KGC인삼공사 감독의 평가다. 김 감독은 “점프력이 좋은 선수라고 해서 다 블록슛을 잘하는 건 아니다”며 “아반도는 상대의 슛 타이밍을 맞출 줄 아는 센스, 수비 시 부지런한 발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크지 않은 키에도 양과 질에서 모두 뛰어난 블록슛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