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김동명 한노총 위원장 재선… “노동탄압에 더 큰 저항으로 투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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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기간 “정권퇴진도 불사할 것”
尹정부 노동 개혁 난항 가능성

‘조합원 123만 명’으로 국내 최대 노동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위원장 선거에서 강성(强性)으로 분류되는 김동명 현 위원장(55·사진)이 17일 재선에 성공했다. 온건파로 분류된 이동호 후보는 득표율 20%를 넘지 못하고 일찌감치 낙선했다. 윤석열 정부가 새해부터 노동 개혁 드라이브를 밟는 가운데 정부와 노동계의 긴장이 예상된다.

이날 한국노총은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임원 선출을 위한 정기 선거인대회를 열고 ‘김동명 위원장 후보(현 위원장)-류기섭 사무총장 후보(전국공공노조연맹 위원장)’조를 각각 28대 위원장과 사무총장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3년이다.

이번 선거는 강경파로 분류되는 기호 1번 김만재 후보(금속노련 위원장)와 기호 2번 김동명 후보, 온건파인 기호 3번 이동호 후보(현 한국노총 사무총장)의 3파전으로 진행됐다. 과반을 득표해야 위원장에 당선되는데 1차 투표(선거인단 3940명 중 3724명 참여)에서는 김만재 후보 조가 36.8%, 김동명 후보 조가 43.2%를 얻었다. 이 후보 조는 19.9% 득표에 그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결선 투표에서는 김동명 후보 조가 1860표(52.4%)를 얻어 최종 당선됐다. 한국노총 위원장이 재선에 성공한 건 2002년 이남순 위원장 이후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견 발표에서 “새로 선출될 지도부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노동 탄압에 맞설 투쟁 지도부”라며 “윤석열 정권의 노동 탄압 광풍이 거세도 억압에는 더 큰 저항으로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김동명 지도부 2기가 출범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확실히 추진하겠다”(2일), “개혁 이외에 우리가 살길은 없다”(9일)며 연초부터 노동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노사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아닌 전문가 중심의 자문단과 연구회를 통해 노동개혁 과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노동계 의견 수렴보다 빠른 개혁에 방점을 둔 조치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속도전’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앞서 “자문단의 의견을 경사노위 의견으로 둔갑시켜 운영하는 것에 한국노총이 들러리 설 어떤 이유도 없다”고 비난했다. 9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 뒤에는 “군사독재 시절 노동운동을 탄압했던 50년 전 노동부 업무보고”, “노동계를 때려잡아야 할 대상쯤으로 여기는 정부” 등 과격한 표현으로 비난했다. 김 위원장도 선거 기간 “정권 퇴진 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또한 7월에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노동계와 정부의 대치가 격화될 경우 한국노총이 연대 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한국노총이 민노총에 비해 온건한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정부 정책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선거 기간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문제로 사회적 대화를 중단하거나 정권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겠다”며 대화의 끈을 놓진 않을 뜻을 밝히기도 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와 정부 간 대립 속에 세부적인 의제 조율이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강성#김동명 한노총 위원장#재선#노동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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