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작년 자연재난 피해 200조… 홍수-가뭄 더 심해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1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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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에서 기상이변 피해 규모가 200조 원을 넘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3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미국 네바다주 볼더시티에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미드호(湖) 물이 말라 갈라진 바닥까지 드러나자 과거 가라앉은 보트가 나타났다. 네바다=AP 뉴시스


미 해양대기청(NOAA)은 지난해 기후 관련 재난으로 입은 경제적 피해가 1650억 달러(약 205조 원)에 육박했다고 10일(현지 시간) 밝혔다. 1980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사망자도 474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NOAA 응용기후학자 애덤 스미스는 CNN방송에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에 미국을 뒤덮은 겨울폭풍 피해를 합치면 총 피해 규모는 수십억 달러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NOAA에 따르면 단일 자연재난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힌 것은 경제적 피해가 140조 원을 넘은 허리케인 이안이었다. 미 역사상 이안보다 피해 규모가 컸던 것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2017년 허리케인 하비뿐이었다. NOAA는 지난해 허리케인 발생 횟수는 평년 수준이었지만 초강력 허리케인이 더 자주 찾아와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상고온과 가뭄도 심각했다. 지난해 미 본토 연간 평균기온은 섭씨 11.9도로 20세기에 비해 0.8도 높았다. 128년 간 통계 기록 중 세 번째로 높았다. 연 강수량은 평년보다 약 40mm 적은 720mm를 기록해 역대 세 번째로 건조한 해였다고 NOAA는 밝혔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기준 미 국토 3분의 2 가량이 강수량 부족에 시달려 2012년 이후 최대 기록을 보였다. 지난해 5월 3일 미 서부 91.3%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해 정점을 찍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테시토 101번 고속도로 주변에서 차량이 홍수에 밀려온 진흙 더미에 갇혀 있다. 최근 몇 년간 가뭄에 시달린 캘리포니아에는 지난달부터 폭우가 쏟아져 이날까지 17명이 숨지고 곳곳에서 산사태 피해가 발생했다. 몬테시토=AP 뉴시스


한 지역엔 가뭄이, 다른 지역에는 홍수가 나타나는 현상도 잦아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난해 가뭄과 산불이 휩쓸고 간 땅에 지난달부터 폭우가 내리면서 산사태 위험이 커지고 있다. 홍수로 인해 이날까지 17명 이상이 숨졌고 주 전역에 대피령이 내렸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매우 짧은 기간 한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튀는 ‘쌍둥이 극한 기후’는 경제난과 광범위한 피해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피해를 낳은 기상 이변은 최근 5년 새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NOAA에 따르면 지난해 10억 달러(약 1조2429억원) 이상 피해를 일으킨 자연재해는 18건으로 2011년, 2017년과 함께 공동 3위다. 가장 많았던 해는 2020년(22건)이며 2021년(20건)이 다음이었다.

지난해 미국 본토에서 10억 달러 이상 피해를 부른 자연재해 18건 지도. 미 해양대기청 제공


기상 이변이 전 세계적으로 유발한 경제적 피해는 지난해 2700억 달러(약 337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보험회사 뮌헨 리가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킨 자연재난은 허리케인 이안이었고, 최소 1700명사망자를 발생시킨 파키스탄 대홍수가 2위였다. 뮌헨 리는 “직접적인 피해 금액은 최소 150억 달러로 추산되지만 대부분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피해는 더 막대하다”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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