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누리가 보내온 지구·달 사진, 그런데 왜 흑백일까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4일 1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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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마침내 진짜 달 궤도선으로 거듭난 ‘다누리’가 달 상공에서 촬영한 지구와 달 표면의 모습을 지구로 보내왔다. 달의 크레이터까지 식별되는 선명한 사진이었으나,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구가 푸른색이 아닌 흑백으로 보내져 왔다는 점이다. 우주에서도 컬러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력이 있음에도 다누리가 흑백 사진을 촬영한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과학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전날 다누리가 연말연시 달 상공에서 촬영한 지구-달 사진들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은 총 4장으로, ▲12월24일 달 상공 344㎞ ▲12월28일 달 상공 124㎞ ▲12월31일 달 상공 119㎞ ▲1월1일 달 상공 117㎞에서 촬영됐다.

다누리가 임무궤도 진입기동을 최종 수행(12.26.)하기 전에 찍힌 24일 사진 외에는 모두 다누리의 임무궤도(100㎞±30㎞) 내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해당 사진들은 다누리에 탑재된 고해상도카메라(LUTI)로 촬영된 만큼 달 표면과 지구의 모습을 높은 화질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달 표면에 운석 등이 부딪히며 생긴 구덩이인 크레이터를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었고, 달에서 약 38만4000㎞ 떨어진 지구의 모습도 구름의 흐름, 대륙의 모습까지 모두 담아냈다.

그렇다면 다누리가 이같은 멋진 사진을 흑백으로 찍은 이유는 뭘까.

다누리에 탑재된 고해상도카메라는 흑백 촬영 기능만 가지고 있다. 항우연이 직접 개발한 고해상도카메라는 최대해상도 2.5m, 관측 폭 10㎞ 이상, 위치(좌표) 오차 225m 이하의 성능을 가지고 있으나 컬러 촬영 기능은 없다.

항우연은 다누리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애초부터 카메라를 흑백으로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누리의 임무에 ‘컬러 촬영 기능’이 사실상 불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누리가 달까지의 항행, 임무궤도 공전 과정에서 지구의 사진을 촬영하긴 했으나 고해상도카메라를 활용한 다누리의 본연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달 표면 정밀 촬영’이다. 이를 통해 달 표면 주요 지역의 정밀 지형을 관측하고, 2030년 개발·발사 예정인 한국형 달 착륙선의 착륙 후보지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고해상도카메라가 1년 동안 찍게 되는 것은 달 표면과 우주의 모습이 전부인 만큼 흑백과 컬러 촬영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컬러 촬영을 할 경우 보다 생생한 모습을 담아낼 수 있다는 장점 등이 있을 수 있지만, 흑백 촬영을 선택했을 때의 실리가 더 크다는 관측도 있다.

다누리와 같은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릴 때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중량을 줄이는 것이다. 항우연에 따르면 흑백 카메라 장비가 컬러 카메라 장비보다 2~3㎏가량 가벼운 것으로 분석됐다.

컬러 카메라의 경우 RGB(빛의 삼원색) 센서를 모두 담아야 하기 때문에 센서 3개가 필요한 반면, 흑백 카메라는 센서가 하나만 있으면 된다. 더욱이 이 센서를 운영하기 위한 케이블, 기타 부가 장치 등을 늘리는 과정에서 중량이 더 늘어나게 된다.

물론 이같은 미세한 중량차가 다누리의 비행 궤적 자체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애초에 550㎏으로 설계된 다누리 중량에서 탑재체별로 할당받은 무게를 좀더 줄이는 과정에서 흑백 카메라를 선택했다는 게 항우연의 설명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달 표면 자체가 지구와 달리 컬러풀한 부분이 없기 때문에 컬러로 찍어도 흑백과 거의 흡사한 영상이 나오게 된다. 다누리의 임무 특성상 흑백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며 “물론 컬러만의 장점도 있을 수 있지만 흑백 카메라를 탑재했을때 경량화, 비용 절감 등의 장점이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다누리는 지난달 26일 마지막 달 임무궤도 진입기동을 마치고 달 상공 임무궤도를 약 2시간마다 공전하고 있다. 다누리는 이달 말까지 탑재체 성능 확인 및 오차·왜곡 조정 작업 등을 진행하고, 내달부터 1년 간 본격적인 과학기술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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