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쓸 곳 못 찾아 그냥 쌓아둔다는 교육교부금, 수술 서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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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추경예산에 따라 11조 원을 추가로 지원받게 된 교육청들이 쓸 곳을 찾지 못해 대부분 기금으로 쌓아두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추경예산 3조7337억 원의 73%를 적립금 용도로 편성한 예산안을 시의회에 냈다가 “예산 편성의 합리성에 위배된다”며 퇴짜를 맞았다. 부산과 광주시교육청도 추경예산의 91%와 69%를 기금에 적립하는 예산안을 제출한 상태다.

일선 교육청의 ‘예산 쌓아두기’는 5월 역대 최대 규모인 추경예산 11조 원이 배정되면서 예견됐던 바다. 올해 17개 시도교육청에 지원된 교부금은 65조 원인데 전년도 잉여금 5조 원에 추경 11조 원까지 16조 원이 갑자기 추가되자 초중고교에서는 예산 집행 계획을 급조하느라 수업 준비할 시간도 없다며 거세게 반발해왔다. 이번 기금 적립에 따라 지난해 5조3751억 원으로 급증한 교육청 기금은 더욱 불어나게 됐다.

교육청은 지난해에도 추경으로 교부금이 6조4000억 원 증액되자 학부모들에게 재난지원금을 뿌리는 등 불필요한 곳에 예산을 소진하는 소동을 벌였다. 학생 수는 급감하는데 내국세에 연동돼 매년 증가하는 교부금제도를 손보지 않는 한 예산 낭비는 막을 수 없다. 그동안 교부금을 대학의 고급 인재 육성이나 연구개발 능력 향상에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교육청의 반대로 내국세 연동 구조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올해 초 교부금제 개혁을 제안한 데 이어 국회예산정책처도 “최근 증가한 교부금이 적절한 교육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현금성 지원, 교육청 보유재원 증가에 머물고 있다”며 재정운용의 효율성 제고를 주문했다. 적자 재정으로 비상인 상황에서 언제까지 흥청망청 비효율을 방치할 셈인가.
#정부#추경예산#교육교부금#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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