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먹거리]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사랑한 과일, 체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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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항산화 성분 풍부해 노화 예방하고
멜라토닌은 여름 밤 숙면에 효과적… 칼륨 풍부하고 다이어트에 도움
6월 중순부터 두 달 간 수확기
알이 광택이 나며 단단하고, 꼭지가 선명한 녹색일수록 싱싱

미국북서부체리협회 제공
미국북서부체리협회 제공
체리는 인류가 길러온 가장 오래된 과일 중 하나로 꼽힌다. 고고학자들은 유럽의 동굴들과 아메리카 대륙의 선사시대 절벽 주거지에서 체리의 씨를 발견하기도 했다. 로마 시대에는 약으로 쓰였다는 기록도 있다.

체리(Cherry)라는 이름은 처음 재배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아시아(지금의 터키)의 ‘세라수스(Cerasus)’라는 마을 이름에서 유래됐다. 미국에는 1600년대 초반에 유럽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에 의해 보급됐으며 그 종류만 해도 1000여 종이 넘는다.

체리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은 미국 북서부 지역 5개 주(워싱턴, 오리건, 아이다호, 유타, 몬태나)다. 이 지역은 로키산맥과 캐스케이드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다. 산맥을 따라 흘러내린 빙하수가 강이 되어 흐르는 곳으로 체리가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풍부한 일조량과 낮엔 덥고 밤에는 서늘한 18도의 일교차, 화산지역 특유의 기름진 토양 등 날씨에 민감한 체리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체리의 80%도 북서부에서 재배된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수입되는 체리는 빙(big)체리다. 과실이 단단하고 과즙이 풍부하며 무르익었을 때 적갈색의 빛이 난다. 노란체리로 불리는 ‘레이니어(Rainier)’도 수입이 늘고 있다. 노란체리는 안 익은 것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노란색이나 주황색으로 잘 익은 체리의 또 다른 종류이다. 그밖에 제일 먼저 수확되는 셰란(Chelan), 암적색을 띠는 스키나(Skeena), 밝은 적색의 스위트하트(Sweet heart), 6월에만 생산되는 티톤(Tieton) 등이 있다.

체리는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가 수확기다. 체리의 크기는 ‘로(row, 행·열)’로 측정된다. 체리를 나무 상자에 차곡차곡 쌓아 담았던 재배 산업 초창기에 만들어진 이름이다. 상자 맨 위쪽 열에 놓인 체리 개수에서 유래했다. 나무 상자의 세로 면에 10개의 체리가 차곡차곡 놓였을 때를 ‘10 로’라고 한다.

체리에는 케르세틴, 안토시아닌, 폴리페놀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세포의 손상을 막고 혈액을 맑게 해 노화를 예방한다. 체리 100g에는 최대 약 300mg의 안토시아닌이 들어있다. 소염, 살균, 통증 완화에도 효과가 있어 관절염 환자나 근육을 자주 쓰는 스포츠 마니아에게도 도움이 된다. 발암성 인자들을 무력하게 만드는 엘라그산과 종양 발생을 억제하는 페릴릴 알코올도 함유돼 있다.

체리가 여름에 특히 더 좋은 이유는 수면 각성 사이클과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천연 멜라토닌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 치료에 효과적이다. 편두통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체리에는 나트륨과 지방이 전혀 없는 대신 칼륨이 풍부해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 몸 속 수분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체리 한 컵(약 20개)의 열량은 90칼로리로 다이어트에도 좋다.

체리는 알이 단단하고 탱탱하며 광택이 나고 꼭지가 선명한 녹색일수록 싱싱하고 맛있다. 물이 닿으면 흐물흐물해지기 때문에 씻지 말고 물기가 없는 상태로 냉장 보관하고 먹을 만큼만 꺼내서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는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오늘의 먹거리#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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