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는 배신자라 노여워해도… 미컬슨은 미컬슨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LIV 합류 앞장서고 US오픈 출전
대회 최대 논란 중심에 섰지만 선수 영향력 2위, 팬심도 뜨거워
현지매체 “엄청난 환영 분위기”… USGA “내년 출전은 어려울수도”

‘핵인싸’ 미컬슨 필 미컬슨이 15일 연습라운드 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출전을 일찍부터 밝혔던 미컬슨은 동료 선수들에게 비판을 받았지만 팬들에게는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브루클린=AP 뉴시스
‘핵인싸’ 미컬슨 필 미컬슨이 15일 연습라운드 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출전을 일찍부터 밝혔던 미컬슨은 동료 선수들에게 비판을 받았지만 팬들에게는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브루클린=AP 뉴시스
15일(현지 시간) 수백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필 미컬슨(52·미국)이 연습라운드 티박스에 들어섰다. 박수 소리가 들렸지만 앞선 선수들이 받았던 박수보다는 적었다. 그리고 침묵이 흘렀다. 이때 갤러리 한 명이 크게 소리쳤다. “사랑해요. 필.”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던 미컬슨은 고개를 돌려 관중석을 쳐다본 뒤 기쁜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들었다. 감사의 표시였다.

미컬슨은 16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린 더 컨트리클럽(파70)에서 막을 올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US오픈에 출전했다. 이번 대회는 미컬슨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주도하는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LIV) 참가 선수들이 출전하면서 LIV 합류파와 PGA투어 잔류파 간의 대결이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미컬슨은 LIV 합류파 중 영향력이 제일 세고 일찍부터 LIV에 나선다고 밝힌 골퍼다. 미컬슨은 2월 LIV 옹호 발언을 했다가 PGA투어 참가 선수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게 되자 약 4개월간 자숙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1992년 PGA투어에 데뷔한 미컬슨은 투어에서 45승을 거둬 역대 최다 우승 공동 8위에 올라 있다. 마스터스 3회, PGA챔피언십 2회, 브리티시오픈 1회 등 메이저 대회 우승도 6차례나 했다. US오픈에서 준우승만 6번을 한 미컬슨은 이번 대회에서 첫 우승과 함께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고 있다. 미컬슨은 PGA투어가 올해 초 발표한 ‘선수 영향력 프로그램(PIP)’에서도 타이거 우즈(47·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을 만큼 세계 골프계에 미치는 힘이 큰 선수다. 올해 처음 도입된 PIP는 지난해 1년간 미디어 노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향력, 일반인의 인지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순위를 매긴다.

매킬로이 힘찬 출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16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린 더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US오픈 1라운드 첫번째 홀에서 자신이 친 티샷을 지켜보고 있다. 2011년 
US오픈 우승을 차지한 매킬로이는 11년 만에 두 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다. 브루클린=AP 뉴시스
매킬로이 힘찬 출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16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린 더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US오픈 1라운드 첫번째 홀에서 자신이 친 티샷을 지켜보고 있다. 2011년 US오픈 우승을 차지한 매킬로이는 11년 만에 두 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다. 브루클린=AP 뉴시스
우즈와 함께 PGA투어를 대표하는 간판선수인 미컬슨이 LIV행을 택하자 PGA 참가 골퍼들은 그를 배신자라고 부르며 분노를 표시했다. 대표적인 투어 잔류파 로리 매킬로이(33·북아일랜드)는 “미컬슨의 행동에 실망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미컬슨은 팬들을 의식한 듯 “팬들은 나를 비판할 권리가 있다. 나를 떠날지 말지에 대한 팬들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PGA투어 소속 선수들과 달리 팬들은 미컬슨의 US오픈 출전을 반기는 분위기다. 미국 매체 보스턴글로브는 US오픈 분위기를 전하면서 “팬들은 미컬슨을 향해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컬슨이 15일 US오픈 연습라운드를 마치자 많은 팬이 그의 친필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렸다. 이들은 미컬슨의 별명인 ‘레프티(왼손잡이)’를 외치며 US오픈 마크가 찍힌 모자와 티셔츠, 종이에 사인을 요청했다. 미국 골프전문 매체 ‘골프닷컴’은 “US오픈 대회장에서 미컬슨을 향해 비난하거나 야유를 보내는 팬들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미컬슨이 내년에도 US오픈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US오픈을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 마이크 완 대표는 16일 “LIV 선수들이 US오픈을 포함한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내년 출전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필 미컬슨#선수 영향력 2위#뜨거운 팬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