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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키보드론 쓸 수 없는, 당신만의 글씨

입력 2022-05-28 03:00업데이트 2022-05-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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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 찬가/프란체스카 비아세톤 지음·이예린 옮김/168쪽·1만5000원·항해
“뭐든 손이 닿는 대로 잡고 썼다. 적십자 종이, 호텔에서 제공되는 종이, 선박에 비치된 종이, 주변이 있는 종이에다가, 주로 연필로.”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글쓰기 습관을 묘사한 책의 일부다. 연극 ‘관객모독’으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는 일기장을 늘 가지고 다녔는데, 그는 이것을 저널이라고 불렀다.

이 책은 이제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힘들어진 손글씨를 다뤘다. 저자는 이탈리아 캘리그래퍼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의 제목 디자인, 이탈리아 토리노 겨울올림픽의 테마 서체 디자인을 맡았다. 그의 소소한 경험은 물론이고 시대적 변화에 따라 달라진 손글씨의 운명을 저자의 쉬운 필체로 접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 시대 손글씨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저자는 손글씨의 역사를 비롯해 손글씨가 신체와 뇌에 미치는 영향,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더 주목받는 효과를 언급하며 그 가치는 여전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지인으로부터 산타클로스의 사인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지인의 여섯 살 아들이 세상에 산타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증거로 사진이 아닌 사인을 요구한 것이다. 연필을 제대로 쥐는 법도 모르는 아이들이 늘고 있지만 손글씨를 배우는 강좌와 책, 문구용품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손글씨는 ‘나를 온전하게 하는 사소한 행위’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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