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침공서 노골적 핵위협… 김정은, 따라하듯 핵협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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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한반도 2022… 화정 안보 세미나
과거 핵협박은 국제적 비난 대상… 러 우크라 침공으로 ‘문턱’ 낮아져
“우크라 사태, 가치 전쟁의 서막… 민주주의 vs 권위주의 질서 재편
상호교류 시대 냉전보다 더 위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화 전망

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2 화정 안보 세미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한반도’ 
세미나에서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태림 국립외교원 교수(오른쪽), 
이상준 국민대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2 화정 안보 세미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한반도’ 세미나에서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태림 국립외교원 교수(오른쪽), 이상준 국민대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민간인 사망자만 3000명이 넘을 것이란 추정이 나오지만 전쟁은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국가가 충돌하는 ‘가치 전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국제 정세가 크게 바뀔 수 있는 만큼 한국도 이에 대한 치밀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러시아 핵위협이 당장 북한 지도부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선제적’ 핵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노골적으로 핵위협에 나서기도 했다. 동아일보 산하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은 2일 ‘우크라이나 사태의 의미와 한반도에 주는 교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과 이태림 국립외교원 교수, 이상준 국민대 교수가 참석했다. 진행은 재단의 구자룡 21세기평화연구소장이 맡았다.》



○ 가치 전쟁의 서막… 냉전보다 위험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 질서를 재편할 중대 사건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이날 주제 발표자로 나선 차 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가치 전쟁의 서막’이라고 정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국가 간 국제 질서 재편 전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

차 위원은 “가치 전쟁은 과거 냉전 시대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냉전 시대에는 블록을 형성하고 서로 단절한 채 지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호 교류가 불가피한 시대”라면서 “가치 전쟁에서 패배하면 사실상 생활권을 상실하는 것이기에 일단 상대방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게 목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상준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제 경제에 가져온 파장이 이미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방 사회가 금융결제망에서 러시아 은행을 배제하고 외환보유액을 동결시켰다”며 “서방과 갈등을 겪을 수 있는 국가에선 달러 보유 자체가 불안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러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탈(脫)달러·탈유로화 등이 진행됨에 따라 국제 경제가 출렁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급망 질서 재편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에 있는 자국 생산시설을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reshoring), 핵심 가치와 원칙을 공유하는 국가들 간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현상이 강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 러시아 핵위협이 핵협박 문턱도 낮춰
한국 입장에선 러시아의 핵위협 발언이 북한과 한반도에 끼칠 영향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우크라이나 침공 첫날 “누구든 우리를 방해하거나 우리나라와 국민을 위협하면 그 결과는 역사상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도 이를 따라하듯 노골적 핵위협을 하고 있다고 참석자들은 분석했다. 차 위원은 “이전에는 핵협박을 함부로 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상당한 비난을 받았지만 (러시아로 인해) 그 문턱이 낮아졌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능력을 억제하는 ‘대(對)핵능력’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가 고착되는 것이 북핵 문제 해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태림 교수는 “러시아는 남북 중재자 역할을 하는 등 한국에 전략적 가치가 크고 경제적 중요성도 큰 국가”라며 “섣부른 정치적 판단으로 한-러 간 핵심 가치까지 훼손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푸틴#우크라이나#침공#핵위협#핵협박#국제적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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