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뛰자 보험사들 재무건전성 ‘빨간불’… 지급여력비율 하락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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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보유 채권 평가이익 급락… 푸르덴셜 지급여력비율 61%P↓
신한라이프-하나생명도 29%P↓… NH농협생명은 올 3월 자본규모
작년말보다 1조6610억 원 급감… 업계, 후순위채 발행-건물 매각 등
건전성 악화 대비, 자본확충 서둘러… 일각 “실적 치중, 리스크 관리 실패”

금리 인상 여파로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 들어 보험사들이 보유한 채권 가치가 급락하면서 대규모 평가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보험사들은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한 자본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일각에선 실적 위주의 근시안적 경영 전략으로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한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RBC)은 일제히 하락했다. KB금융지주 계열사인 푸르덴셜생명의 1분기 말 RBC는 280.7%로 전 분기 대비 61.7%포인트 급락했다. KB손해보험은 179.4%에서 162.3%로 17.1%포인트 낮아졌다. 신한라이프와 하나생명의 RBC도 약 29%포인트 하락했다.

RBC는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을 나타내는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보험금 지급 능력이 크다는 뜻이다. 보험업법은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지만 금융당국은 선제적 관리를 위해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올 들어 RBC가 급격히 악화한 것은 기준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시장금리가 뛰면서 보험사들이 보유한 채권의 평가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가입자에게서 받은 보험료를 비교적 안전한 채권에 주로 투자해 이를 통해 거둔 이익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DB생명(157.7%), 흥국생명(163.2%) 등의 RBC는 이미 당국의 권고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동안 채권 평가이익을 높이기 위해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한 보험사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회계상 원가로 처리되는 만기보유증권과 달리 매도가능증권은 시가로 평가돼 금리 영향을 고스란히 받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에선 채권 가격이 올라 자산을 늘릴 수 있지만 금리 상승기엔 정반대의 효과를 낸다.

실제로 2020년 3분기(7∼9월) 채권 재분류를 했던 NH농협생명의 자본 규모는 올 3월 말 2조3245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6610억 원 급감했다. 지난해 말 농협생명의 RBC는 210.5%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최근 자본 급감의 영향을 감안하면 RBC가 크게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RBC를 높이고 내년에 도입되는 새 자본규제(K-ICS)에 대응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이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메리츠화재, DGB생명, 한화손해보험, 흥국생명 등 다수의 보험사가 3, 4월 수천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KB손보는 최근 보유 건물 5개를 매각해 5000억 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채권 재분류는 현행 RBC 제도에서만 유용한 방안”이라며 “금리 상승은 보험사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채 구조조정 등을 통한 근본적인 자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금리#보험사#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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