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표 ‘특수통’서 기업·금융 전문 ‘백신’으로…[법조 Zoom in]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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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수통’ 출신의 법무법인 로백스 김기동 변호사(오른쪽)와 이동열 변호사의 모습
검찰 ‘특수통’ 출신의 법무법인 로백스 김기동 변호사(오른쪽)와 이동열 변호사의 모습
“기업, 금융, 부패 범죄 등 검찰 특수 수사의 맥을 가장 잘 짚을 수 있는 ‘드림팀’으로 기업의 법률 리스크에 대해 효과적인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법무법인 로백스(LAWVAX) 사무실에서 만난 김기동(사법연수원 21기), 이동열(22기) 변호사는 수십여 년에 걸쳐 쌓아온 기업범죄 수사 노하우와 변론 경험을 로백스만의 강점으로 꼽았다.

검찰에서 25년여 간 굵직한 특수 수사를 이끌고 2019년 검사장을 끝으로 퇴임한 두 변호사는 올해 2월 기업, 금융 분야 전문인 법무법인 로백스를 설립했다. 로백스의 ‘백스(VAX)’는 ‘백신(Vaccine)’의 줄임말이다. 기업이 맞닥뜨릴 수 있는 사법 리스크를 미리 점검하고 예방하는 ‘백신’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두 변호사의 포부다.

법조계에선 두 변호사가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제한 기간인 3년이 지난 뒤인 2022년 하반기부터 대형 로펌으로 갈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선택은 달랐다. 김 변호사는 법무법인 로백스를 세운 배경에 대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틈새 시장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기업·금융 분야에 확실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 검찰 대표 ‘특수통’서 기업·금융 전문 ‘백신’으로
김 변호사와 이 변호사는 검찰 시절 특별수사 전문가로 꼽혀왔다. 1995년 검사로 임관한 김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특수3부장을 거치면서 ‘한국 IBM의 660억 대 납품 비리’, ‘다단계업체 제이유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해 성과를 냈다. 그는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재직 당시인 2013년에는 원전비리수사단 단장을 맡아 한국수력원자력과 부품업체 사이의 광범위한 금품수수 비리를 적발했다. 김 변호사는 2014~2016년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장으로 전현직 군 고위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겼고, 2016~2017년 제2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 불렸던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을 맡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비리 등을 파헤쳤다.

이 변호사는 1996년 임관한 이후 24년여 간의 검사 생활 대부분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기업, 금융, 반부패 수사를 담당해왔다. 이 변호사는 2003년 서울지검에서 ‘SK 분식회계 의혹’ 수사에 참여해 성과를 냈고, 2005~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광주 오포 개발 비리’ 사건과 ‘현대기아차그룹 비자금 의혹’ ‘론스타 의혹’ 수사를 맡아 관련자들을 법정에 세웠다. 이 변호사는 2016년에는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검의 특수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3차장검사를 지내면서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를 이끌었다.

두 변호사는 퇴임 이후에도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대형 기업 비리 의혹 사건의 변호인으로 합을 맞췄다. 두 변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해야 할지 여부를 심의하는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직접 변론한 뒤 ‘10대 3’의 압도적인 표차로 위원들의 불기소 의결을 이끌어냈다.

이 변호사는 “오랜 특수 수사 경험이 기업 금융 분야 사건 변호에서 어떤 강점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검찰 특수부는 대체로 선례 없는 사건의 실체를 밝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특수 수사 경험으로) 실체에 대한 분석이 빠르고, 수사팀의 의도를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김 변호사와 함께) 검찰에서 공격도 해봤고 변호사로 함께 2년 6개월 동안 대형 사건 수비도 해봤다”며 “기업의 법률 리스크에 대해 가장 좋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 ‘특수통’ 출신의 법무법인 로백스 김기동 변호사(오른쪽)와 이동열 변호사의 모습
검찰 ‘특수통’ 출신의 법무법인 로백스 김기동 변호사(오른쪽)와 이동열 변호사의 모습

● 금융감독원-검찰-법원 등 ‘원스톱’ 서비스로
로백스는 금융감독원, 검찰, 법원에 이르기까지 ‘원스톱(One stop)’으로 전문성 있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9명의 변호사가 속한 로백스는 올 상반기에는 총 15~20명 규모로, 장기적으로는 50여 명까지 인력을 충원해 규모를 키울 예정이다.

2020년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로 추천됐던 유상재 전 법원도서관장(21기)도 올 2월 말 퇴임 직후 로백스에 합류했다. 1992년 수원지법 판사로 임관한 유 전 원장은 30여 년의 법관 생활 동안 각급 법원 재판부에서 민사, 형사, 행정, 신청, 가사 등 재판 업무를 두루 거쳤고, 2017년 사법연수원 수석교수도 지냈다.

이충훈 변호사(36기)는 2003년부터 7년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실과 회계감독국, 법무실 등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검사와 제재 업무를 수행했다. 금감원 퇴직 후인 2010~2012년에는 법무법인 세종에서 기업들을 상대로 분식회계 등 주요 법률 리스크에 대해 자문한 경험도 있다.

로백스는 기업, 금융 수사와 관련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디지털 포렌식팀도 갖췄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금융조사부 근무 경험이 있는 베테랑 수사관인 윤석민 전 검찰 수사관이 팀장을 맡고 있다.
● 선례 없는 신산업에서도 ‘수사경험’ 바탕 효과적 자문
로백스는 가상화폐 등 디지털 자산의 발달과 관련한 법률 이슈에서도 금융 사건 수사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효과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올바른 기업 법률문화 정착을 위해 재능 기부 형식으로 중견,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법률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스타트업은 초기 창업 후 몇 년이 지나 경영권을 유지할 지분이 부족해지는 등 법률 리스크가 쌓인 사실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며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을 상대로 투자 유치, 사업 영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법률 리스크 등을 자문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시행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문의도 최근 늘고 있는 추세다. 김 변호사는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는 법 취지는 좋지만 법적용 기준 등이 아직까지 모호하다”며 “결국 법원 판결로 기준이 형성되는 데 1~2년 걸릴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문의하는 기업들에는 근로자 안전을 위해 가능한 조치를 모두 취하는 한편 노력을 한 흔적을 충분히 남겨두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했다.


고도예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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