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트기 전부터 ‘긴줄’…파랑·빨강 아이템 착용한 유권자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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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3월 9일 0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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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9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아동청소년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2.3.9/뉴스1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9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아동청소년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2.3.9/뉴스1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서울 시내 투표소에는 새벽부터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전투표에 비해선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지만 투표소가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하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사전투표에서 확인된 투표 열기가 계속되는 모양새다.

특히 일부 유권자들은 특정 정당을 파란색과 빨간색 아이템을 착용하고 투표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간접 지원’인 셈이다.

상당수 유권자들은 “정치가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사전투표에서 벌어진 부실 관리 논란에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도 많았다.

◇투표 시작 전부터 20여명 줄…지지 정당 연상 ‘색깔 아이템’ 착용한 유권자도

대한민국 정치1 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청운효자동제3투표소에는 동이 트기 전부터 20명이 줄을 섰다. 이 줄은 오전 7시쯤에는 50명 가까이 불어났다.

이날 첫 번째로 투표를 마친 이숙자씨(84·여)는 “일찍 투표하고 싶어서 새벽 5시에 출발해 30분간 기다렸다”며 “동향(同鄕)인 후보를 뽑아줬는데 마음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청 본관·제2별관의 삼성2동 제5·2투표소에도 투표 시작도 전에 수십명의 유권자들이 대기 중이었다. 20대부터 고령층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투표 시작도 전에 긴 줄이 늘어서자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줄이 너무 길다”며 놀라는 유권자부터, 멀리서 대기 줄을 보고 조금이라도 일찍 투표하기 위해 뛰어오는 유권자도 눈에 띄었다.

서울 동작구 강남중학교에 마련된 대방동 제6투표소에도 20여명이 줄을 섰다. 이 줄은 오전 7시가 넘어가면서 점차 사라져 대기 없이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늘 이 시간에 투표해 왔다는 김모씨(81)는 “경험상 밥을 먹고 이 시간에 나오면 제일 한산하다”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지지하는 후보 정당에 따라 빨간색 또는 파란색 아이템을 착용한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파란색 운동화를 착용하고 투표소를 찾은 김모씨(35·여)는 “운동화 색깔이 의도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며 “이번에 국민을 아래로 보지 않는 대통령이 당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빨간색 코트를 착용한 주모씨(76)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찍부터 투표소에 들렀다”며 “지금보다 나은 정치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휴일이어서 대부분 유권자는 모자를 눌러쓰고, 슬리퍼를 신는 등 편한 복장이었지만 어려운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도 많았다.

대방동 투표소에서 만난 70대 김모씨는 “다리는 불편하지만, 투표는 무조건하고 있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 투표소에 검은색 오토바이를 타고 굉음을 뿜으며 나타난 50대 남성은 “출근하기 전에 투표는 해야 할 것 같아 들렀다”고 설명했다.

◇“정치 변해야” 유권자들 목소리 커…사전투표 부실 논란도 민심에 영향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태권도 체육관에 마련된 화곡제8동 제5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2.3.9/뉴스1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태권도 체육관에 마련된 화곡제8동 제5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2.3.9/뉴스1
기존 정치에 실망감이 큰 유권자들은 “정치가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두 딸·아내와 함께 청운동 투표소를 찾은 황우홍씨(57·남)는 “기존 정치에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선거에 관심이 높았던 것 같다”며 “젊은 청년들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들였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종로구 주민 이모씨(32·여)는 “코로나 우려보다 투표하는 게 더 중요해진 선거라고 생각한다”며 “서로서로 공약 돌려쓰기 바빠서 공약은 자세하게 안봤고, 누굴 찍을지 이미 생각하고 왔다”고 말했다.

대방동 투표소에서 만난 동네 주민 정모씨(36)는 “정치인들이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다”며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일단 마음 가는 대로 찍어서 후회는 없다”고 설명했다.

사전투표에서 벌어진 부실 관리 논란도 민심에 영향을 미쳤다. 부인과 함께 삼성동 투표장을 찾은 박모씨(48·남)는 “사전투표 논란이 충격적이었다”며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 싶어서 일찍 찾았다”고 말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태권도 체육관에 마련된 화곡제8동 제5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투표용지를 꼭꼭 접고 있다. 2022.3.9/뉴스1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태권도 체육관에 마련된 화곡제8동 제5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투표용지를 꼭꼭 접고 있다. 2022.3.9/뉴스1
대방동 투표소에서 만난 노모씨(71)는 “사전투표 그건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믿을 수가 없다. 누가 (부정을 저질렀을지) 알겠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 70대 남성 역시 사전투표 논란에 대해 “기자들도 믿을 수가 없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본투표 용지는 사전투표와는 달리 사퇴한 안철수·김동연 후보의 자리에 ‘사퇴’ 표시가 없어 주의해야 한다는 말도 유권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삼성동 투표장에선 ‘찍을 때 조심해’라고 당부하는 유권자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사전투표의 경우 현장에서 투표용지를 인쇄하기 때문에 사퇴 후보가 표시돼 있다. 반면 본투표 용지는 사전에 제작되기 때문에 ‘사퇴’ 표사가 없다. 실제로 투표장엔 이들에게 투표할 경우 무효표로 처리될 수 있다는 안내 현수막과 문구가 걸려있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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