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팬데믹에 기후위기까지… 위기에 내몰린 지구촌 어린이를 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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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린이집에서 지진 발생에 대비해 재난안전교실 지진대피훈련을 열었다. 어린이들이 머리를 손으로 보호하며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지진, 기상 이변 등 재난에 취약한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한 어린이집에서 지진 발생에 대비해 재난안전교실 지진대피훈련을 열었다. 어린이들이 머리를 손으로 보호하며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지진, 기상 이변 등 재난에 취약한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축구장 크기의 735배가 불탄 2019년 강원도 산불, 2017년 포항 지진과 최근 제주도에서 일어난 지진, 올해 초 유례없는 한파와 폭설이 찾아온 미국, 2년 가까이 지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세계 곳곳을 파고든 재난이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들의 안전을 더욱 강하게 흔들지요. 위기에 내몰린 어린이들이 살기 안전한 나라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 세계 어린이 중 10억 명이 ‘극도의 고위험’
9월 세계기상기구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50년 동안 기후와 관련된 재해가 5배 늘어났다고 발표했어요. 인명 피해가 가장 컸던 재해는 가뭄(물 부족). 65만 명이 피해를 입었지요. 폭풍우가 58만 명, 홍수가 5만9000여 명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유니세프는 전 세계 어린이 22억 명 중 10억 명이 ‘극도의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33개 국가에 살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지요. 우리나라에선 과거 5년(2011∼2015년)에 비해 최근 5년(2016∼2021년)간 평균 사회재난 발생 건수가 약 3배 증가했지요. 재난이 남긴 상처는 오래 기억에 남아요. 2017년 일어난 포항 지진을 겪은 초등학생 5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8명은 지진이 난 지 2년이 지난 2019년에도 후유증으로 불안정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지요.

인하대 의과학연구소 고정근 박사는 “재난으로 의식주는 물론이고 교육 등 어린이의 권리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어요. 고 박사는 “가정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면 계속되는 폭염에도 선풍기 하나로 버티는 불평등이 이어졌다”면서 “재난이 건강과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득 불평등으로 연결돼 빈곤의 악순환에 갇힐 수 있다”고 했지요.

○ 어린이들을 힘들게 하는 ‘트라우마’
아직 성장기인 어린이들이 보호자 없이 재난에 노출되면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어요. 어린이의 몸은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불완전해서 극한 환경에 더욱 취약하고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훈련이 덜 되어 있어 위험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지요.

재난이 오랫동안 어린이를 힘들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트라우마’예요. 한림대 의대 이미선 연구교수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놓이면 뇌 변연계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며 변연계와 연결된 해마, 뇌 피질이 충격 상태에 빠져 평소처럼 작동하지 못한다”고 말했어요. 결국 뇌가 외상을 소화하지 못해 그 일이 갑자기 떠오르거나, 집중하기 힘들고, 쉽게 놀라거나 악몽을 꾸는 등의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고 해요.

이 교수는 “외상 초기엔 약한 스트레스 반응을 겪다 1년 이내 회복하지만 발달 시기의 부정적 경험은 뇌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어요. 또 “트라우마 증상이 오래되면 불안해하고 대인관계나 능력을 발휘하는 데 문제가 생기는 등 삶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도 말했어요. 트라우마는 안정을 담당하는 세로토닌의 저하 등을 일으키며 우울, 불안,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유발할 수 있어 예방을 위해 적절한 때 전문가의 심리치료가 필요해요.

○ 전문가가 제안하는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
어린이들이 재난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각 분야 전문가에게 물어보았어요. 먼저 이성혜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재난심리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어요. 그는 “재난은 갑자기 일어날 수 있으므로 중요한 발달 단계의 어린이들이 몸과 마음을 대비할 수 있는 재난심리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재난이 일어나도 난 언제든 몸과 마음을 지킬 수 있다’는 자기 통제권을 기르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또 어린이들은 재난에 노출된 정도보다 재난을 함께 경험한 보호자의 반응에 더욱 민감해지기 때문에 부모도 재난심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고 박사는 “재난을 겪은 어린이들이 장애나 후유증을 갖게 됐을 때 성장해 어른이 돼서도 이들이 일상을 회복하도록 돕는 정책들이 필요하다”면서 “프랑스 석면 피해 보상 기금 사례를 보면 보상률을 책정할 때 여가생활을 못 하는 것도 포함하는데 이처럼 우리나라도 재난 피해 전 과정을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또 자연재난을 부추기는 기후변화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지요.

재난 현장에서 어린이에게 특화된 소생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서울대 응급의학과 김도균 교수는 “어린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도울 수 있도록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은 현장 요원과 의료진, 어린이를 위한 장비와 물품 등 어린이의 특성에 맞는 전문적인 의료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어요.


이혜란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ran@donga.com
#팬데믹#기후위기#지구촌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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