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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지역과 유대 맺는 ‘관계인구’ 창출… ‘고향납세’로 재정파탄 예방[서영아의 100세 카페]

입력 2021-12-04 03:00업데이트 2021-12-0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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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유대 맺는 ‘관계인구’ 창출… ‘고향납세’로 재정파탄 예방
일본의 지방소멸 대응책 〈下〉‘이주 예비군’ 만드는 지방창생전략
‘지방소멸 상징’ 유바리市의 교훈
‘지역과 관계 맺는 인구’로 돌파구
한국, 인구감소 막을 발상의 전환은
‘2040년이면 일본 지방자치단체 절반이 사라진다’는 2014년 마스다 보고서 이후, 일본에서는 인구감소와 관련한 저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중 2017년 출간된 ‘미래연표’(가와이 마사시·河合雅司 저)는 책표지에 적힌 내용만 봐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현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일본에서 벌어질 일을 연도별로 특정해 예측했는데, 이런 식이다.

‘2020년, 일본 여성의 절반이 50세를 넘는다/2024년, 전 국민의 3분의 1이 65세 이상이 된다/2027년, 수혈할 혈액이 부족해진다/2033년, 세 집 중 한 집이 빈 집이 된다/2039년, 화장시설이 부족해진다/2040년, 지방자치단체 절반이 소멸한다/2042년, 고령자 인구가 정점을 찍는다….’

큰 전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인류의 근현대사에서 인구는 불어나고 경제는 성장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이처럼 당연했던 전제가 흔들리면서 펼쳐질 ‘디스토피아’ 앞에서 인간의 상상력은 무기력해진다. 문제는 아무리 ‘강 건너 불’처럼 여기고 싶어도, 인구구조가 가져다줄 미래는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일본 지방소멸의 상징 홋카이도 유바리시

유바리시의 폐쇄된 놀이공원. 탄광도시로 번성했던 유바리는 석탄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든 1980년대에 관광도시로 탈바꿈하려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동아일보DB
이런 때 일본 ‘지방소멸’의 상징이 돼 버린 유바리(夕張)시 사례를 들여다보면 도움이 된다. 홋카이도 중부에 위치한 유바리시는 2006년 파산선언 이후 지방소멸 과정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유바리시는 한때 일본 굴지의 탄광도시였고 이후 관광도시로 변모를 도모했지만 지금은 유령도시처럼 남아 있다. 넓은 도시(763km²) 곳곳엔 녹슨 대형 놀이시설, 버려진 상가와 주택, 문 닫은 학교들이 널브러져 있다. 관광산업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적자가 누적되자 일본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파산을 신청했고, 재정재생계획이 실시되면서 2027년까지 부채 353억 엔(약 3675억 원)을 갚는 대장정에 들어섰다.

지자체 파산은 주민 삶에 엄청난 타격을 안겨줬다. 행정 서비스는 줄었는데 세금은 급등했다. 학교, 병원, 시립도서관, 미술관, 공중화장실 등 공공시설이 폐쇄됐고 철도 노선 등 공공 인프라가 축소됐다. 주민세 고정자산세 자동차세가 무섭게 올랐고 상하수도 요금은 전국에서 가장 비싸졌다. 공무원은 4분의 1로 줄었고 그들의 임금도 40% 삭감됐다.

생활이 불편해지자 많은 시민이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겼다. 파산 직전 1만4000명이던 인구는 7120명(10월 31일 현재)으로 쪼그라들었다. 한창 때인 1960년대 11만여 명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렇게 남은 주민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말 그대로 재정파탄이 인구감소를, 인구감소가 다시 재정파탄을 부르는 악순환이다.

현재 유바리시 홈페이지에는 부채 상황을 알리는 ‘부채시계’ 코너가 있다. 2027년 3월까지 남은 부채와 지금까지 상환한 액수가 시시각각 표시된다. 11월 말 현재 부채는 130억6000만 엔, 갚은 액수는 222억7000만 엔 정도 된다.

○지역과 유대하는 제3의 인구 만들기

인구감소가 진행되는 지역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일본 정부가 2015년 시작한 지방창생전략에서는 관광 진흥에 의한 ‘교류인구’ 확대로 경기를 활성화하고, 생활환경 정비로 지역에 정착하는 이주자들을 획득한다는 개념이 중심이 됐다.

일본 언론에는 U턴(지방→대도시→지방), I턴(도시 토박이의 농촌 이주), J턴(지방→대도시→중소 지방도시에 취직)에 이어 ‘손주턴’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젊은 인구가 지방으로 발길을 돌리는 움직임이 적극 소개됐다. 손주턴은 도시에서 태어난 손주가 조부모가 사는 고향으로 귀향하는 경우를 말한다.

지역마다 인구유치를 위한 눈물겨운 노력들이 펼쳐졌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자기 지역으로 인구를 더 유치한다면 그만큼 다른 지역 인구는 줄어드는 제로섬 게임 아닌가. 지역끼리의 인구 빼앗기 전쟁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새로 주목받는 것이 ‘관계인구’라는 개념이다. 타지에서 이주해온 ‘정착인구’도 아니고 관광 등 ‘교류인구’도 아닌, 단기 체류나 자원봉사 활동, 정기적인 방문 등 다양한 형태로 지속적으로 특정 지역과 관계를 맺어나가는 인구를 말한다. 이들의 힘을 빌려 지속가능한 지역 만들기의 외연을 넓히고 고향의 관점을 바꿀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제2기 지방창생전략(2020∼2024년)의 하나로 ‘관계인구의 창조와 확대를 추진한다’는 새 인구정책을 2019년 도입했고 이후 지자체마다 관계인구 창출 사업에 나서고 있다.

2008년 도입된 ‘후루사토(고향)납세’도 관계인구 확대에 도움을 준다. 고향납세는 납세자가 자신의 거주지가 아닌 지자체(꼭 고향이 아니어도 된다)에 기부하면 2000엔을 뺀 나머지 액수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기부를 받은 지자체는 지역특산물을 답례품으로 보내준다. 2008년 81억 엔이었던 고향납세액은 2019년에는 4875억 엔으로, 60배나 증가했다.

고향납세는 재난이나 소멸위기 지역들에 큰 힘이 된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을 때에는 큰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현에 2개월 만에 기부금 400억 엔이 몰려 복구 작업에 도움을 줬다. 유바리시도 고향납세로 재원을 마련해 유바리고교 매력화 프로젝트라는 교육 프로그램과 노인복지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있다.

유바리시는 고향납세를 해준 사람들에게 특산품인 유바리 멜론을 답례품으로 보내면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고향납세자와 전직 근무자, 유바리 연구자 등을 ‘유바리 라이커스’로 등록해 지역유대형 제3의 인구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관계인구는 때가 되면 귀향해올 수 있는 이주 예비군이기도 하다.

관계인구를 중시하는 움직임은 도시민 입장에서도 매력이 있다. 추억이 있고 언제라도 가볼 수 있으며 언젠가 돌아갈 곳이 되기도 하는 ‘제2의 고향’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나 친지가 있는 고향은 물론이고, 한때의 근무지, 한 달 살기를 했던 고장, 주말농장 등 다양한 형태로 응원할 지역을 만들 수 있다.

○ 텃세와 규제 여전한 한국의 지역사회

주민을 유치하기 위한 일본 지역사회의 사투를 보다가 한국사회로 눈을 돌리면 한숨이 나온다. 지난달 20일자로 지방소멸上 기사가 나간 뒤 독자 몇 분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일껏 지방으로 거주지를 옮겼거나 욺기려 했는데 지역의 텃세나 규제에 묶여 어렵다는 하소연이었다. 자기 고장에 살기 위해 오는 외지인들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아직 지역사회가 실감을 못 하는 듯하다.

예컨대 지방에서 민박업을 하려던 독자는 약 2년 전 개정된 농어촌민박업법에 부닥쳤다. 외지인이 지방으로 옮겨 민박업을 하려면 주택 구입 시에는 6개월, 임대일 경우 3년간 현지에서 살아야 사업자등록이 나오도록 법이 바뀌었다는 것. 그는 이런 법은 지방에 젊은이 유입을 차단해 농어촌 및 지방도시 소멸을 가속화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0월 행정안전부가 전국 89곳을 인구감소 지역으로 선정하고 각 지자체에 인구감소를 막을 방안을 스스로 마련해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자체들 쪽에서는 한국의 지자체 실정상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관계인구를 늘리기 위해,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의 빈집을 도시민들의 거점으로 활용케 하는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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