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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이은우]최저생계비 앞선 국민연금

입력 2021-11-09 03:00업데이트 2021-11-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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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수령자가 매달 받는 금액이 평균 55만 원을 넘었다. 올해 최저생계비 54만8349원을 앞지른 것이다. 국민 다수가 노후에도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민은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다. 용돈 내지는 생존 연금이 아니라 ‘생활 연금’을 원한다. 월 100만 원 정도 받으려면 적어도 20년은 가입해야 한다. 건강에 자신이 있다면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는 방법도 있다. 고령화시대는 연금 전략이 필수이다.

▷예전에는 20년 이상 가입한 경우를 ‘완전 노령연금’이라고 불렀다. 연금보험료를 낼 당시 소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월 90만 원 이상 받는다. 이런 가입자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 이후 취업자들이 은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납입 기간이 30년 이상이면 ‘평균’ 136만 원을 받는다. 여기에서 연금 수령 시기를 62세에서 더 미룰 수도 있다. 최장 5년을 미루면 월 수령액이 2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이 정도면 ‘매월 찾아오는 효자’에 걸맞다.

▷국민연금은 ‘덜 내고 더 받는’ 구조여서 기금 고갈은 예정돼 있다. 제도를 일찍 도입한 유럽 선진국들은 1990년 이전에 기금이 고갈됐다. 고갈 시점부터는 일하는 세대에게 돈을 거둬 은퇴자들에게 나눠준다. 문제는 고령화에 따라 일하는 세대는 줄고, 받을 사람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부족한 기금은 정부 재정에서 메워야 한다. 현재 고갈 예정 시기는 2057년이다. 이를 늦추려면 지금보다 더 내거나, 덜 받거나, 더 늦게 받아야 한다. 모두 인기 없는 정책이니 선뜻 나서는 정권이 없다.

▷요즘 청년들은 일찌감치 노후 준비에 나선다고 한다.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닌데도 가입하는 20대들이 4년 새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들이나 그 부모들은 국민연금이 어떤 민간 보험사 연금보다 더 후하다는 걸 안다. 보험사 영업 직원들도 자사 연금보험을 팔기 전에 국민연금부터 가입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정작 노후 생계비가 절실한 저소득층은 연금보험료를 낼 여유조차 없다. 이런 사각지역을 없애는 게 정부의 과제이다.

▷한국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노후 생계비 보험’이 있었다. 자녀들이 주는 용돈이다. 이제는 옛말이 됐다. 상속을 받고도 부모를 외면하는 자녀들 때문에 ‘불효자 방지법’이 추진될 정도이다. 노후는 본인이 챙겨야 한다. 국민연금은 기본이고,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역모기지)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집을 물려받을 생각인 자녀 눈치 보느라 주택연금을 망설이기도 한다. 이래선 안 된다. 다양한 연금이 효자가 될 수 있는 현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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