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테이퍼링 개시, 돈 풀기에서 돈줄 죄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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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장내 TV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모습이 
등장했다. 이날 연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곧 유지해 온 경기부양 기조를 접고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테이퍼링)하겠다고 
밝혔다. 뉴욕=AP 뉴시스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장내 TV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모습이 등장했다. 이날 연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곧 유지해 온 경기부양 기조를 접고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테이퍼링)하겠다고 밝혔다. 뉴욕=AP 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부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한다고 3일(현지 시간) 밝혔다. 연준은 국채나 주택저당증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풀어왔는데 그 규모를 줄인다는 뜻이다. 예상보다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자 코로나 사태 이후 지속해 온 양적완화 정책이 대전환을 맞게 됐다.

연준은 테이퍼링을 한시적 조치라고 했고, 당장 금리 인상을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급격한 돈줄 죄기는 아니지만 돈 풀기 시대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공급망 차질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고 물가 상승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장기화와 이에 따른 돈줄 죄기를 예고한 것이다.

가계부채는 유동성 축소 시대를 맞아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 KDI는 어제 ‘고(高)부채’ 국면에서는 금리 상승 때 성장률 하락 폭이 2배로 커진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부채가 많을수록 이자 부담이 커져 실물경제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미국 금융계는 내년 6월경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도 자본 이탈을 막으려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저금리 ‘돈 잔치’로 달아오른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자산을 팔고 싶어도 받아줄 수요가 줄고, ‘빚투’로 투자한 사람들은 눈덩이 이자에 짓눌릴 우려가 적지 않다.

세계 경제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더 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물류체계가 무너지고, 원자재 값이 치솟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 더 이상 돈을 풀어 경기를 떠받칠 수 없는 상황이다. 가계와 기업은 부채를 줄이고 자금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정부도 서민 금융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저성장 대책도 내놓아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테이퍼링#돈줄 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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