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된 페북… NYT 등 美 17개 언론사, 불법행위 공동보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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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직원 하우건 내부고발문건 토대, 컨소시엄 구성해 실상 폭로 시리즈
페북, 허위정보-폭력 콘텐츠 방치… 美대선결과 부정 게시물도 미대응
사용시간-게시물 감소 숨긴 사실도… 하우건, 英의회 출석 폭로 이어가
저커버그 “잘못된 그림 그려” 반박

英까지 간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조롱감 된 저커버그 프랜시스 하우건 전 페이스북 수석 상품매니저(뒷줄 왼쪽)가 25일
 영국 의회에서 열린 소셜미디어 규제 관련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의 비윤리적 경영 실태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윗쪽 사진). 같은 날 
영국 런던에서 한 여성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를 비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 여성이 들고 있는 저커버그 사진의 
포스터에는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해롭다는 걸 알지만 상관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저커버그 발밑엔 달러 지폐가 파도를 
이루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英까지 간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조롱감 된 저커버그 프랜시스 하우건 전 페이스북 수석 상품매니저(뒷줄 왼쪽)가 25일 영국 의회에서 열린 소셜미디어 규제 관련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의 비윤리적 경영 실태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윗쪽 사진). 같은 날 영국 런던에서 한 여성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를 비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 여성이 들고 있는 저커버그 사진의 포스터에는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해롭다는 걸 알지만 상관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저커버그 발밑엔 달러 지폐가 파도를 이루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뉴욕타임스(NYT)와 CNN 방송 등 미국의 17개 주요 언론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인 페이스북의 실상과 문제점을 폭로하는 시리즈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1000쪽에 이르는 페이스북 내부 문건에 담긴 불법행위 등 어두운 이면이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있다. 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와 수사, 의회 청문회, 피해자들의 소송까지 예고되면서 페이스북은 2004년 창사 이래 17년 만의 최대 위기에 처했다.

언론사 컨소시엄의 시리즈 보도는 페이스북의 전 수석 상품매니저였던 프랜시스 하우건이 미국 하원에 폭로한 내부 문건을 토대로 이뤄지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퍼(Facebook Papers)’로 불리는 이 문건 보도 프로젝트는 17개 언론사의 전례 없는 공동 작업으로 AP, 블룸버그,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CBS 등 미국의 유력 언론사들이 대거 동참했다. 치열한 취재 경쟁을 벌이는 언론사들이 특정 사안을 두고 연합전선을 구축해 공동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언론이 이번에 드러난 페이스북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언론사들은 지난달 WSJ 등을 통해 “페이스북이 10대 소녀들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돈벌이를 위해 이를 방치했다”는 하우건의 폭로가 시작된 이후 한 달여간 문건들에 대한 검증과 취재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들이 22일부터 내보내기 시작한 보도에는 페이스북이 허위정보 유포 및 증오범죄를 부추기는 폭력적 콘텐츠를 방치하고, 마약 유통에 악용되는 것을 막지 못했으며, 사용자 수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광고주들에게 제공하지 않은 것 등의 문제가 망라돼 있다.

공개된 문건에는 지난해 미국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 캠페인이 페이스북에서 어떻게 확산했는지에 대한 내부 분석 결과도 담겼다. 페이스북은 이런 콘텐츠들이 확산될 동안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다가 올해 1월 6일 워싱턴 의회 난입 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규정 개편에 나섰다. 또 페이스북을 이용한 인신매매와 성매매 문제를 늦어도 2018년부터는 알고 있었지만 제때 대응하지 않았다. ‘좋아요’ 누르기나 공유하기 같은 핵심 기능이 유해 콘텐츠를 증폭한다는 사실을 각종 실험을 통해 반복적으로 발견하고도 이를 무시했다.

페이스북 핵심 사용자층인 10, 20대의 페이스북 평균 사용시간 및 게시물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해온 상황을 투자자들과 광고주들에게 숨긴 사실도 드러났다. 페이스북 신규 계정의 15% 이상과 특히 10, 20대 사용자의 신규 계정 중 11%는 기존 사용자가 만든 추가 계정이었는데도 페이스북은 이를 공개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사용자 수를 부풀렸다.

미국 내에서만 피해가 발생한 게 아니다. 또 다른 문건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에티오피아 내전 등을 촉발하는 데 자사 플랫폼이 이용됐다는 걸 알고도 이에 대응할 현지 직원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의 최대 해외 시장으로 사용자가 3억4000만 명에 이르는 인도에서도 허위정보와 폭력적 콘텐츠들이 통제 없이 유통됐다.

하우건은 25일 온라인 콘텐츠 단속 법안을 검토하는 영국 하원 청문회에도 출석해 폭로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분노와 증오는 페이스북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며 “상습범들은 알고리즘을 갖고 노는 방법과 페이스북을 최적화하는 법을 알고 있다”고 역설했다.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우리는 (언론사들이) 유출된 서류를 선택적으로 이용해 우리 회사에 대한 잘못된 그림을 그리려는 집단적 시도를 보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유출 문건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페이스북이 무엇을 하든 우리 힘만으로는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반박했다.

거센 비판과 논란에도 페이스북은 3분기(7∼9월)에 매출액 290억1000만 달러, 순이익 92억 달러의 실적을 냈다고 25일 발표했다. 작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5%, 순이익은 17% 증가한 수치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페이스북#불법행위#내부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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