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3년 목간- 돼지머리뼈-청자매병… 신안앞바다 800년전 고려유물 한눈에

이기욱 기자 입력 2021-07-29 03:00수정 2021-07-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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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유물, 고려바다의 흔적’
인천서 특별전… 450여점 전시
중국 원나라 무역선 신안선에서 수중 발굴된 목간. 1976년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발견된 신안선은 한국 수중 발굴 역사의 효시로 꼽힌다.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20cm가 채 안 되는 목간(木簡·나무 막대로 제작한 고대 문서)에 낙서 같은 한자가 적혀 있다. ‘지치삼년(至治三年)’. 지치는 원나라 황제 영종(1303∼1323)의 연호로, 지치삼년은 1323년을 말한다. 이 목간은 1976년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발견된 중국 원나라 무역선 신안선에서 나왔다. 신안선 목간에는 배의 항해 시기와 목적지, 화물 종류 등의 핵심 정보들이 담겨 있다.

‘수중유물, 고려바다의 흔적’ 특별전이 27일부터 인천 연수구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인천시립박물관이 공동 주최한 이번 특별전에서는 신안선 등 각종 침몰선에서 출토된 유물 45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신안선 발굴 이후 45년간 이어온 국내 수중 발굴 성과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신안선 목간을 지나면 옛 선원들의 선상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 나온다. 특히 2010년 충남 태안군 마도해역에서 발굴된 13세기 고려선박 마도 2호선에서 발견된 ‘돼지 머리뼈’가 눈길을 끈다. 마도 2호선은 전북 고창에서 개경으로 가던 조운선으로 추정된다. 조운(漕運)은 국가가 세금으로 거둔 물품을 강이나 바다 등의 물길로 운송하던 제도다.

해일과 풍랑에 맞선 선원들은 무사 항해를 기원하기 위해 제사를 지냈는데, 돼지 머리뼈는 당시 동물들이 제물로 쓰였음을 보여준다. 2011년 발굴된 13세기 고려선박 마도 3호선과 신안선에서는 돌로 만든 장기 알과 주사위가 각각 발견됐다. 최소 한 달은 걸리는 항해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선원들이 다양한 놀이를 즐겼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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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에게 닿지 못한 난파선의 유물도 볼 수 있다. 현재까지 수중 발굴된 유물 대다수는 고려청자와 백자 등의 도자기다. 고려 선박에서 나온 유물의 경우 최소 800년 넘은 것들이지만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침몰 과정에서 바닷물이 완충 역할을 했고, 오랜 시간 갯벌에 파묻혀 조류 등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받았기 때문이다.

이 중 마도 2호선에서 발견된 ‘청자 버드나무 갈대 대나무 꽃무늬 매병’(보물 제1783호)을 주목할 만하다. 13세기 고려시대에 제작된 이 청자 매병은 중앙정부에 보낼 참기름을 담고 있었다. 넓은 어깨와 S자 곡선의 몸체가 조화를 이룬 고려 상감매병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여준다. 특히 매병을 둘러싼 6개의 마름꽃 무늬 안에 황촉규(닥풀), 갈대, 버드나무, 대나무, 모란, 국화를 흑백 상감으로 표현했다.

전시에는 2010년 인천 옹진군 섬업벌 해역에서 발굴된 8세기 후반 통일신라시대 교역선 영흥도선을 위한 6.6m² 크기의 별도 공간이 마련돼 있다. 영흥도선은 지금까지 발굴된 우리나라 고선박 중 가장 이른 시기의 배다. 이곳에서는 영상과 더불어 바닥에 그려진 실측도를 통해 발굴 당시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배성수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은 “이번 전시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수중 발굴과 옛 선원들의 선상 생활을 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목간#돼지머리뼈#청자매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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