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청산 저항 세력이 용병들 보내… 남편에 말할 기회도 안주고 총 난사”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07-12 03:00수정 2021-07-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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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대통령 부인, 암살 배후 지목
기존 총리-새 총리, 권한 행사 다툼, 의회는 임시 대통령 지명 혼란 가중
파병 요청 받은 美 “아직 계획 없어”… 용의자들 “美경호업체가 채용” 주장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7일 암살당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가 극심한 권력 투쟁에 휘말렸다. 기존 총리와 최근 새로 임명된 총리가 다투는 가운데 사실상 식물 상태나 다름없는 의회가 임시 대통령을 지명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모이즈 대통령 암살 당시 사저에 함께 있다가 총상을 입고 치료를 받아온 부인 마르틴 여사는 10일 트위터 음성 메시지를 통해 “눈 깜짝할 새 용병들이 집으로 들어와 남편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총을 난사했다. 그를 벌집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은 대통령이 맞서 싸우던 세력이 어딘지 안다. 그들이 용병을 보내 대통령을 죽였다”고 말했다. 남편이 정치적인 이유로 12발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생전 모이즈 대통령은 자신의 부패 청산 시도에 저항하는 ‘암흑의 세력’이 있고 이들한테서 암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했다. 마르틴 여사의 주장은 모이즈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확인한 것으로 향후 모이즈 찬반 세력 간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어느 세력이 국정을 맡을지도 분명치 않다. 대통령 암살 직후엔 클로드 조제프 총리가 계엄령을 선포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암살 사건 이틀 전인 5일 새 총리로 임명된 아리엘 앙리는 자신이 총리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회 상원은 9일 조제프 랑베르 상원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지명했다. 하지만 최근 국정 혼란으로 의회 선거를 하지 못해 하원은 아예 없고 상원도 정원 30명 중 10명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상원의 대통령 선출이 적법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헌법은 대통령 유고 시 대법원장이 승계한다고 정해 놨다. 하지만 지난달 르네 실베스트르 대법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사망해 대법원장의 승계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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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는 대통령 암살 사건 직후 공공시설에 대한 추가 테러가 우려된다면서 미국에 파병을 요청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아직은 군사 지원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암살 배후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암살에 가담한 용의자가 모두 28명이고 이 중 26명은 콜롬비아 국적, 2명은 미국 국적이라고 밝혔지만 체포된 이들이 실제 범인이 아닐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체포된 콜롬비아 국적의 용의자들은 살해 협박을 받던 모이즈 대통령 측의 요청으로 미국 마이애미의 한 경비업체에 채용돼 아이티에 입국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부패 청산#저항 세력#아이티 대통령#암살 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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