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유로 2020의 ‘버터’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1-07-09 03:00수정 2021-07-0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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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돌풍의 덴마크를 꺾고 처음으로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결승에 오른 이날 달아오른 경기장을 시원하게 식혀준 노래는 BTS의 ‘버터’였다. 수억 명이 지켜보는 61년 전통의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에서 분위기를 띄울 노래 중 하나로 한국 가수의 곡이 선택된 것이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준결승전과 결승전이 열리는 웸블리에서 틀어줄 노래를 뽑는 투표를 2∼6일 트위터에서 진행했다. 팝음악 4곡을 대상으로 개시한 투표는 초반부터 ‘버터’와 ‘킬 마이 마인드’의 양자대결로 좁혀졌다. ‘킬 마이…’는 영국 인기 아이돌 그룹 원디렉션의 리더 루이 톰린슨의 노래. 톰린슨은 막강한 팬덤을 거느린 ‘홈팀’ 가수인 데다 축구팀 구단주를 지낸 축구 광팬이다. 하지만 BTS의 ‘아미’들은 맹렬한 선거전을 펼쳤고, 브라질 ‘아미’인 세계적 소설가 파울루 코엘류도 투표 인증샷을 올리며 지지를 독려했다. 418만 명 넘게 참가한 투표 결과는 47% 대 44%로 ‘버터’의 승리.

▷그런데 UEFA가 웸블리의 플레이리스트로 4곡을 모두 선정하면서 뒷말을 낳았다. ‘유로 2020에 아시아 가수 노래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현지 팬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미들은 “4곡 다 틀 거면 애초에 투표는 왜 한 거냐”며 반발하고 있다. “중요한 건 BTS 노래가 웸블리 스타디움을 채우는 것”이라는 신중한 반응도 있다. ‘버터’는 7, 8일 준결승전에 이어 12일 결승전에서도 울려 퍼지게 된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BTS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영국 최대의 경기장인 웸블리는 스포츠의 성지일 뿐만 아니라 비틀스, 마이클 잭슨 같은 세계적인 가수에게만 허락되는 꿈의 무대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하이라이트 장면에 나오는 1985년 자선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가 열린 곳이다. BTS는 2019년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이곳에서 콘서트를 열어 ‘비틀스보다 더 큰 성취’라는 외신의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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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여름 노래 ‘버터’는 BTS가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5월 발표한 두 번째 영어 싱글. 발매 첫 주에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 정상으로 직행한 후 6주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1958년 ‘핫100’ 발표를 시작한 이후 이런 기록을 보유한 노래는 ‘버터’를 포함해 9곡뿐이다. ‘버터처럼 부드럽게’라는 노랫말대로 세계 대중음악 중심지를 녹인 데 이어 세계 축구팬들의 축제도 녹이고 있다. 케이팝의 새 길을 열어가는 7명의 청년이 팬데믹에 갇힌 마음에 시원한 숨통을 틔워준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유로2020#버터#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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