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률 낮다” 英 방역 역주행… 6만 관중 노마스크, 휴가지 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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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만명대 확진-변이 확산에도 1800명 넘던 사망자, 50명 밑으로
“백신 접종률 높아 감염돼도 경증”… 유로 4강 경기장엔 관중 6만명
결승전 당일엔 술집 연장영업, 존슨 “19일부터 방역규제 해제”
전문가 “그동안 방역 노력 수포로… 섣부른 해제 엄중한 대가 치를 것”

‘구름 관중’ 웸블리 스타디움… 노마스크 함성 6일 유럽축구선수권대회 4강전이 열린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 
관중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날 이 경기장에는 관중 5만7811명이 모였으며 결승전이 열리는 11일에도 
관중 6만 명의 입장이 허용된다. 영국은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19일부터 방역 규제를 전면 해제할 계획이다. 
런던=AP 뉴시스
‘구름 관중’ 웸블리 스타디움… 노마스크 함성 6일 유럽축구선수권대회 4강전이 열린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 관중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날 이 경기장에는 관중 5만7811명이 모였으며 결승전이 열리는 11일에도 관중 6만 명의 입장이 허용된다. 영국은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19일부터 방역 규제를 전면 해제할 계획이다. 런던=AP 뉴시스
전파력 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영국이 감염 통제보다 경제 재개를 우선하는 것을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가 변이 유행에 대응해 방역 강도를 다시 높이는 상황에서 거꾸로 ‘일상 복귀’의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높은 백신 접종률 덕에 코로나19 사망자와 입원환자 수는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확진자 폭증이 불 보듯 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리스 존슨 총리(사진)는 19일부터 잉글랜드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과 ‘1m 거리 두기’ 등의 방역 규제를 해제할 방침이라고 5일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곧 여름이 오고 학교 방학이 시작된다. 앞으로 몇 주 안에 우리 사회를 다시 개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도대체 언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스스로 다시 묻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도 6일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난, 교육 차질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코로나19만 생각하며 살 순 없다”고 했다.

방역 규제 해제가 12일 최종 결정되면 영국에서는 인원 제한 없이 스포츠 경기나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 유흥시설도 정상 영업한다. 다음 달 중순부터는 백신 접종 완료자의 경우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도 격리 의무를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영국은 당초 지난달 21일 규제를 완전히 해제할 예정이었는데 델타 변이 확산으로 해제 시기를 4주 연기한 바 있다. 영국은 앞서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방역의 고삐가 이미 많이 풀린 상태다. 6일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4강전이 열린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는 5만7811명의 관중이 모였다. 결승전이 열리는 11일에도 6만 관중의 입장이 허용된다. 존슨 총리는 현재 오후 10시 반까지인 술집 영업시간 규제를 결승전이 열리는 이날엔 오후 11시 15분까지 연장할 수 있게 했다. 경기가 끝나는 시간까지 영업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영국 내 휴가지는 만원이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영국발 여행객에 대한 방역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나라가 늘면서 국내 휴가를 택하는 사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휴가지 숙박요금은 부르는 게 값이어서 “(휴양지로 유명한) 콘월주의 방 3개짜리 펜션이 1박에 1만232파운드(약 1600만 원)를 불러 부득이 휴가지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보수당의 한 의원은 말했다.


최근 영국은 사실상 3차 대유행이 시작된 상태다. 1월 한때 6만 명을 넘었던 하루 신규 확진자는 백신 접종 확대 결과 4, 5월 하루 1000∼3000명 선까지 줄었다가 델타 변이 유행으로 지난달 말부터는 다시 매일 2만 명을 넘고 있다. 6일엔 2만8773명을 기록했다.

방역 규제를 해제하면 확진자가 폭증할 것이라는 데는 정부도 이견이 없다. 자비드 장관은 6일 “이달 19일쯤엔 신규 확진자가 지금의 2배로 늘어나 5만 명에 이르고 (방역 규제가 해제되고) 여름이 되면 1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규제를 해제하겠다고 나선 것은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코로나19 하루 사망자는 3월 말 100명 이하로 떨어졌고 4월 10일 이후로는 석 달째 50명 미만이다. 2차 대유행 시기인 1월 20일엔 하루 1800명 넘게 사망했다. 자비드 장관은 “확진자 수보다 입원 환자, 사망자 수를 봐야 한다, 감염과의 연결고리는 매우 약해졌다”고 말했다. 높은 백신 접종률 덕에 감염돼도 비교적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영국은 성인 86%가 백신을 1차 접종했고 64%가 2차까지 맞았다.

의료계에서는 방역 규제 해제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찬드 나그폴 영국의학협회장은 “그간의 방역 성과를 수포로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확진자 증가는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비상대책본부장도 5일 섣부른 일상 복귀는 엄중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런던 퀸메리대 역학자인 딥티 구르다사니 박사는 “정부는 단기적 경제 효과를 우선시해 왔다. 규제 해제는 비윤리적”이라고 했다. 정부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는데도 시민들은 오히려 불안해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회계사 페니 씨(52)는 “어떻게 지속적인 감염의 공포를 안고 코로나19와 더불어 살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영국 방역 역주행#노마스크#휴가지 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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