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돌보는 이웃, 복지 사각 메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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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구별 ‘소외계층 연결’ 활발

‘이웃-이음’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 강동구 암사1동의 한 주민이 지난달 어버이날을 맞아 1인 가구 이웃을 방문해 카네이션과 후원물품 등을 전달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제공
‘이웃-이음’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 강동구 암사1동의 한 주민이 지난달 어버이날을 맞아 1인 가구 이웃을 방문해 카네이션과 후원물품 등을 전달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제공
“언니 오늘 점심은 뭐 먹었어? 우리 다음 달에 미사리로 소풍 갈까?”

16일 오후 점심 식사 시간을 넘긴 때인데도 황순옥 씨(52)가 수화기를 잡고 20분 넘게 ‘깔깔깔’ 수다를 떨고 있다. 수화기 너머 황 씨가 ‘언니’라고 부르는 사람은 같은 동네에 사는 시각장애인 A 씨. 서울 강동구 암사1동에 사는 두 사람은 4월부터 매주 연락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황 씨는 “처음엔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했는데, 이제는 그냥 동네 친한 언니 한 명이 생긴 것 같다”며 “오히려 내가 위로받을 때도 많다”고 했다.

같은 지역의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황 씨 같은 이웃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웃을 통해 공공복지의 틈새를 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길어지면서 최근에는 외롭게 지내는 이웃의 말동무가 돼 주기도 하고 행여나 있을지 모를 고독사를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 이웃이 이웃 돌보며 복지망 촘촘하게
황 씨가 참여한 프로젝트는 강동구 암사1동의 ‘이웃-이음’ 프로젝트다. 올 3월 말 주민 200여 명과 취약계층에 속해 있는 1인 가구 80명을 2 대 1로 연결해서 매주 한 번 이상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틀 동안 3번 이상 연락이 안 되면 주민이 동주민센터에 이를 알리고, 복지플래너가 가정을 방문해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주민들은 분기별로 가정을 방문해 대면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후원 물품을 전달하기도 한다. 5월에는 어버이날을 맞아 카네이션과 생활용품을 들고 어르신들을 찾아가기도 했다.

동작구 종로구에서도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이웃살피미’를 운영하고 있다. 각 동마다 10여 명의 이웃살피미를 편성해 △위기가구·취약계층 발견 시 동주민센터 신고 및 정기 방문 △생필품 지원 △안부 확인 등의 활동을 한다.

○ 민관복지 이어주는 ‘우리 동네 돌봄단’
‘우리 동네 돌봄단’은 여기에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더했다. 동대문구는 올 3월 지역에 관심을 갖고 봉사활동에 앞장서 온 주민들을 중심으로 우리 동네 돌봄단을 뽑았다. 활동에 앞서 돌봄단을 대상으로 안전교육, 현장교육, 사례 관리 및 상담교육을 하며 전문성을 강화했다. 이들은 매주 정기회의를 통해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면서, 사회보장·긴급복지 등 공적 사회서비스는 물론이고 희망결연 등 민관을 아우르는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종로구는 주민 누구나 고독사 위험이 있는 이웃들을 발굴할 수 있도록 ‘함께 사는 세상’ 안내문을 만들어 편의점·마트, 고시원, 여관,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나눠줬다. 안내문에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을 수 있는 12가지 체크리스트가 담겼다. △우편함이나 집 앞에 전단, 홍보물, 우편물 쌓여 있음 △쓰레기에 술병이 많이 보임 등이다. 전단에 주민센터 전화번호를 남겨 체크리스트 중 두 개 이상 해당되면 연락할 수 있게 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이웃돌봄#복지사각#민관복지#우리 동네 돌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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