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김학의 사건, 보고 받거나 지휘 안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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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취임 첫날 밝혀

김오수 검찰총장(사진)은 1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일체의 보고를 받거나 지휘를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김 전 차관 관련 사건과 이전에 재직했던 법무법인이 선임된 사건에 대해 일체의 보고를 받거나 지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2019년 법무부 차관 재직 당시 김 전 차관 불법 출금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수원지검의 서면조사를 받았으며, 지난해 차관 퇴임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관련자의 변호를 맡았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 취임식에서 “국민이 반부패 대응역량 유지를 위해 우리에게 남겨주신 6대 중요범죄 등에 대한 직접 수사는 필요 최소한으로 절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수사에서 인권을 먼저 생각하고, 강제수사는 최소화하며, 임의수사 위주의 절제된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을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검사들이 스스로 개혁의 주체라는 자긍심을 갖도록 후배들을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바로 서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발전해 나가는 일”이라고도 했다.

김오수 “6대범죄 수사, 최소한으로 절제”… 박범계와 같은 주파수

金총장을 향한 이성윤의 시선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1일 대검찰청 취임식에서 단상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왼쪽)이 박수를 치면서 김 총장을 바라보고 있고, 총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김 총장 바로 
뒤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다. 김 총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6대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는 필요 최소한으로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金총장을 향한 이성윤의 시선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1일 대검찰청 취임식에서 단상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왼쪽)이 박수를 치면서 김 총장을 바라보고 있고, 총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김 총장 바로 뒤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다. 김 총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6대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는 필요 최소한으로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이 반부패 대응역량 유지를 위하여 우리에게 남겨주신 6대 중요 범죄 등에 대한 직접 수사는 필요 최소한으로 절제돼야 한다.”

김오수 검찰총장(58·사법연수원 20기)은 1일 취임사를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를 강조했다. 김 총장은 “국민의 필요에 의해 직접 수사를 하는 경우에도 과도한 수사에 따른 폐해는 경계해야 하고, 사건 관계인이 유명을 달리하는 일이 반복되는 안타까운 상황은 단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이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를 최소화하고, (당사자 동의를 얻어 진행하는) 임의수사 위주로 절제된 수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국 검찰청의 일반 형사부에 대해 검찰총장 및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만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김 총장의 취임사 발언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최소화하려는 박 장관의 검찰개혁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 “수사 과정은 암 진단 통보처럼 중요…최소화”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검찰은 범죄와의 전쟁, 부정부패 척결 등을 통해 우리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 ‘과도한 권한 행사, 조직 이기주의, 불공정성’ 등 논란이 불식되지 않았고 지금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검찰 업무를 조직 편의 위주에서 국민 중심으로 대이동해야 한다”면서 “특히 수사를 시작으로 공소 제기와 재판에 이르는 모든 과정은 사건 관계인에게는 마치 의사로부터 암 진단을 통보받는 것처럼 중요하다”고 했다.

김 총장은 ‘신뢰받는 검찰’ ‘국민 중심 검찰’ ‘공정한 검찰’을 목표로 내부 조직 문화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김 총장은 “경찰이 수사에 있어 더 큰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받은 시점에서 국민의 인권 보호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 통제를 강화하도록 노력하자”고도 했다. 검찰을 대형 사건을 수사하는 ‘직접 수사 기관’에서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법리 검토 기관’이자 ‘인권 옹호 기관’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김 총장은 직접 작성한 A4용지 12장 분량의 취임사에서 ‘국민’이란 단어를 26번, ‘개혁’이란 단어를 6번, ‘사법 통제’란 단어를 5번 썼다.

김 총장은 “검찰의 업무 수행과 관련해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러한 논란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건에 대해 사회적 능력과 신분에 관계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일선에 자율과 책임을 부여하겠다”며 “자율과 책임의 원칙하에 ‘굳건한 방파제’가 되어 일체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켜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 김 총장, 2일 박 장관 만나 인사 논의할 듯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검찰 인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공정한 평가를 기초로 능력과 자질, 인품을 고려한 적재적소 인사를 실시함으로써 소모적인 오해나 불신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법무부와 적극 소통하고, 평가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어 “기소, 불기소를 불문하고 검사의 결정에 대해서는 신속한 평정과 점검을 통해 자율에 상응하는 적절한 평가가 뒤따르도록 해 자율과 책임이 조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2일 정부과천청사를 찾아 박 장관을 만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장과 박 장관은 검찰 인사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1일 대검청사로 출근하면서 “인사와 관련해서는 (박 장관에게) 따로 충분히 말할 기회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김 총장은 이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자신이 재직했던 법무법인 변호사들이 선임된 사건을 일절 보고받지 않겠다고 대검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검찰 인사 직후 부임할 신임 대검 차장검사가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의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원모 onemore@donga.com· 황형준 기자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 기자
#김오수#검찰총장#검찰수사#김학의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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