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백신 예방효과보다 불이익 때문에 접종[특파원칼럼/김기용]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입력 2021-05-18 03:00수정 2021-05-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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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제재 늘어 ‘울며 겨자 먹기’ 식
비정상 상황 한국 교민 위한 대책 無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사람을 옴짝달싹 못 하게 묶어 놓고 주사를 놓는 것만 강제접종은 아니다. 주사를 맞지 않으면 버스를 못 타게 하고, 시장도 못 가게 하는 등 기본 생활에 불이익을 준다면, 이것 역시 사실상 강제접종이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런 형태의 백신 접종이 확산하고 있다.

3월 하순부터 지난달 초까지 중국 남부 하이난성 일부 지방에서 ‘5불(不)’ 공문이 돌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으면 받게 되는 5가지 불이익을 안내하는 내용이다. ①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 이용 금지 ②시장과 슈퍼마켓 호텔 출입 금지 ③음식점, 호텔, 상점 등에서 일하는 것 금지 ④이 지역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부의 혜택 받을 권리 박탈 ⑤자녀의 학교 진학과 취업에도 영향, 이렇게 다섯 가지다. 1∼4번까지 불이익도 작은 것은 아닌데, 자녀에게까지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마지막 내용은 압권이다.

광둥성 선전(深(수,천))의 한 고등학교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교직원들에게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또 다른 학교는 학생들의 백신 접종 실적을 교사 평가에 반영하기도 했다. 하이난성, 광둥성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공무원들에게 일정 지역을 할당한 뒤 해당 지역의 접종 실적이 오르지 않으면 감점을 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여파는 한국 교민들에게도 미치고 있다. 베이징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한 교민은 최근 사무실 입구 유리문을 절반 가까이 가린 초대형 경고 스티커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용은 “이 회사 직원들의 백신 접종률이 50%에 불과하니 드나들 때 조심하라”는 것이다. 회사에 비즈니스 관련 손님들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바로 떼고 싶었지만 중국인 직원들이 말렸다고 한다. 경고 스티커를 발행한 곳은 이 지역의 ‘코로나19 방역 업무 영도소조(領導小組·Leading Small Group)’였다. 영도소조는 일반적으로 비공식 의사결정기구지만 핵심 공무원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부서를 포괄하는 권한을 갖는 경우가 많다. 스티커를 붙이면서 절대 떼지 말라는 경고도 남기고 갔다고 하니 함부로 뗐다가는 뒤탈이 더 걱정되는 상황인 것이다. 스티커를 없애는 방법은 회사 직원들에게 백신을 맞도록 강제해 접종률을 올리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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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데도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은 “강제접종은 없다”이다. 하이난성이나 광둥성 등에서 발생한 일들은 일부 지방정부나 민간에서 과열 양상을 보인 것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스티커를 붙인 것도 방역 정보를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것뿐이라고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교민들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처음엔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 때문에 접종 교민 수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은 교민끼리 단체접종도 늘고 있다. ‘중국 백신은 효과가 없기 때문에 부작용도 없다’는 인식이 우려를 덜어주기도 했다. 또 중국산 백신을 맞으면 격리를 면제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것도 요인이다. 오랫동안 중국을 경험해 온 교민들은 백신을 맞지 않으면 귀찮은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예방 효과에 대한 기대가 아닌 불이익 우려 때문에 백신을 맞는다면 비정상이 분명해 보인다. 주중 한국 교민들이 이런 비정상적 상황에 몰려 있지만 한국 정부의 대책은 없다. 한 국가의 강함은 위기 상황에서 제 나라 국민을 얼마나 잘 보호할 수 있는가에서 판가름 난다. 우리가 여러 면에서 한 수 아래라고 여기는 중국은 이미 재외국민 접종 계획을 발표해 각국에 나가 있는 중국 공관 중심으로 실행하고 있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중국백신#불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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