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인사이트]탄소중립위 이달 출범… “정부와 업계로부터 독립성 확보해야”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입력 2021-05-10 03:00수정 2021-05-1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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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정책 총괄기구 신설
석탄을 태워 전력을 생산하는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 모습.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내 석탄발전 비율을 줄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DB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대통령 직속의 탄소중립위원회가 5월 중 출범한다. 앞으로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정책을 총괄하고 심의, 의결한다. 목표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순 배출량이 ‘0(제로)’이 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을 의결했다.》

위원회는 기존 녹색성장위원회와 국가기후환경회의를 통합한다. 위원장은 국무총리와 민간전문가가 공동으로 맡는다. 민간위원장에는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내정됐다. 공석인 국무총리가 임명되면 정식 출범한다. 정부는 30, 31일 서울에서 열리는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 개최 전 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 탄소중립 ‘대전환’ 이끌 컨트롤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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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위원회는 산업, 에너지, 연구개발(R&D)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그만큼 규모도 크다. 공동위원장 2명과 당연직 참가위원인 각 부처 장관, 민간위원 등을 포함해 최대 100명으로 구성된다. 현재까지 90여 명이 확정됐다. 이들은 △기후변화 △에너지혁신 △경제산업 △녹색생활 △공정전환 △과학기술 △국제협력 △국민참여 등 총 8개 분과위원회에서 활동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탄소중립위원회 구성 계획을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은 적어도 30년을 내다보고 일관된 방향으로 힘 있게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우리 정부 임기 안에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위원회가 출범하면 탄소중립 추진과 관련된 한국의 미래를 예측하고, 전 분야의 탄소중립 전환을 독려하게 된다. 크게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이끌고 국가 비전 및 이행계획,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외될 계층과 지역에 대한 대책 등을 마련한다. 단순히 미래 환경정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산업구조 개편과 그로 인한 미래 한국사회의 ‘밑그림’을 짜야 한다.

○ 영국 기후변화위원회(CCC)가 모델


탄소중립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은 영국 기후변화위원회(CCC·Climate Change Committee)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CCC는 2008년 제정된 영국 ‘기후변화법’을 근거로 만들어졌다. 영국 정부는 탄소중립 관련 정책을 결정할 때 반드시 CCC에 자문하고 그 결과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지난달 26일 에너지전환포럼 등이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주최한 ‘영국의 기후변화대응 성과와 탄소중립 이행방안’ 토론회에서 알리나 아베첸코바 영국 런던정경대 그랜텀연구소 박사는 “CCC는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전망을 제시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초당적 지지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CCC 소속인 리베카 히턴 박사는 “특정 기후변화 분야를 조사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학계 및 국제 전문가들과 수백 차례 회의하고 협의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영국은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1990년 대비 68% 줄이겠다고 지난해 밝혔다. 기존 목표(40%)에서 대폭 늘어난 수치다. ‘기후변화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영국은 여기에 대응할 역량이 있다’는 CCC 권고를 정부가 받아들인 결과다.

○ 에너지 전환 등 민감한 현안 산적


탄소중립위원회는 출범하자마자 산적한 현안을 다뤄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건 석탄발전 문제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전체 에너지 발전량 중 석탄 비중은 40.4%다. 모든 에너지 중 가장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25.8%)과 비교할 때 석탄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영국은 이미 30년 전부터 ‘탈(脫)석탄’을 추진해 현재 석탄발전량이 거의 제로인 반면, 우리는 아직도 그 비중이 적지 않다”며 “탄소중립위원회가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내려면 화석연료 기반의 전력산업 개혁부터 이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산업구조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이다.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다. 그만큼 온실가스 감축이 쉽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 중인 기업 684곳(응답 기업 403곳)을 대상으로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대해 물어본 결과 응답 기업의 57.3%는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42.7%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기존의 두 배로 늘렸다.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 이상 줄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는 2017년 대비 24.4% 감축 수준이다. 각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0년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명확해진다. 이 기준으로 보면 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58%로 가장 높고, 스위스(50%) 미국(49%) 유럽연합(46%) 일본(42%) 캐나다(41%) 순이다. 한국의 2030년 목표(5억3600만 t)는 2010년(6억5700만 t) 대비 18% 줄이는 정도에 그친다.

○ 독립성 확보와 공감대 형성이 관건



올해 탄소중립위원회의 가장 큰 현안은 연말까지 새로 정해야 하는 2030년 NDC다. 기존보다 감축 목표를 더 높이 잡아야 한다는 주장과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감축 목표를 높이기 어렵다는 주장을 조율하는 것이 위원회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 6월까지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들어 확정할 예정이다. 발전 산업 수송 등 각 분야별로 어떻게 탄소중립을 달성할지 방안을 담은 시나리오다.

그런 점에서 탄소중립위원회의 독립성 유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2050년까지 계획을 만드는 만큼 정권이나 산업계의 이해관계에 흔들림 없이 운영돼야 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탄소중립위원회가 정부가 제출하는 안만 협의하는 식으로 운영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혁신적으로 줄이는 건 논의할 수 없을 것”이라며 “독립적이고 공개적으로 운영하면서, 위원회가 과학적 근거로 내린 방안에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kej09@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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