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과 투자협정 비준 한발 물러서… ‘反中’ 인도와는 FTA 추진

파리=김윤종 특파원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입력 2021-05-06 03:00수정 2021-05-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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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협상 끝에 작년 타결한 협정… 3월 ‘中인권침해’ 제재로 갈등 격화
“EU, 돈보다 인권 중시 선택” 분석… 인도와는 8일 화상 정상회의 예정
中일대일로에 맞설 프로젝트 추진… 中 “EU, 이중적 행태… 강력 대응”
유럽연합(EU)이 7년간의 기나긴 협상 끝에 지난해 말 타결을 본 중국과의 투자협정에 대한 비준이 벽에 막혔다. 그동안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서 ‘경제는 협력, 안보는 경쟁’이라는 입장을 보였던 EU의 이른바 ‘투트랙 외교’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올해 초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비롯한 서방과 중국 간의 갈등 격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에 대한 중국 책임론과 신장지역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EU 측은 더 이상 중국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 대신 중국의 앙숙으로 통하는 인도와 밀착하려는 분위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EU와 중국 간의 외교 마찰로 투자협정이 위태로워졌다. 투자협정 승인을 얻으려는 노력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특히 그는 “(협정 비준을 위한) EU 집행위 차원의 지원 활동 또한 중단됐다”며 중국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EU와 중국은 2013년부터 양측 기업이 상대편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좀 더 수월하게 하는 투자협정 체결에 대해 논의했다. 양측은 이듬해 1월 협상을 시작했고 30차례가 넘는 협상을 이어간 끝에 7년 만인 지난해 12월 30일 타결에 이르렀다. EU가 강점을 지닌 전기차, 통신, 금융 분야의 중국 시장 접근권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디지털세 등으로 미국과 대립했던 터라 이 협정으로 EU의 대미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당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EU 회원국 정상급 인사들이 총출동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통화를 하고 최종 합의를 자축하기도 했다.

EU는 올해부터 유럽의회 차원에서 협정 비준을 준비했다. 3월 EU가 중국 정부의 신장위구르 탄압을 이유로 중국 인사의 입국 제한,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가하면서 양측 갈등이 격화됐다. EU가 중국 정부의 인권 침해를 이유로 제재 카드를 꺼낸 것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 유혈 진압에 따른 무기 수출 금지 조치 이후 32년 만이었다. 지난해 EU와 중국의 교역 규모가 5860억 유로(약 794조 원)를 기록해 미국(5550억 유로)을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돈’보다 ‘인권’을 중시하는 EU 수뇌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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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U는 중국과 국경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인도와 밀착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참여) 회원국이다. EU와 인도는 8일 화상 정상회의를 통해 자유무역협정(FTA)을 논의하기로 했다.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맞설 제3국 인프라 투자 계획 등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매체 펑파이(澎湃)는 5일 “EU가 근거도 없이 중국을 비판하면서 다른 쪽으로는 경제 이득을 챙기려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은 EU의 행태에 강력히 맞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EU가 중국의 인권 문제 등을 건드리면 투자협정 자체를 없던 일로 할 수도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파리=김윤종 zoz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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