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배,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초읽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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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현장평가서 저장체계 등 호평
농업유산자문委 이달 최종 결정
나주시장 “브랜드 가치 함양 기대”

지난달 26일 국가중요농업유산자문위원들이 전남 나주시 금천면 배 농가를 찾아 암거배수 작업을 살펴보고 있다. 나주시 제공
지난달 26일 국가중요농업유산자문위원들이 전남 나주시 금천면 배 농가를 찾아 암거배수 작업을 살펴보고 있다. 나주시 제공
‘농도(農道)’ 전남은 국가중요농업유산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국가중요농업유산 15건 가운데 완도 청산도 구들장 논, 구례 산수유농업, 담양 대나무밭, 보성 전통차 농업시스템, 장흥 발효차 청태전 등 5건을 보유하고 있다.

전남 나주배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이 이달 결정된다. 나주시는 “최근 나주배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위한 농업유산자문위원회 2차 현장 평가를 마쳤다”고 5일 밝혔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결정짓는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2차 현장 평가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농업유산 지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은 국가가 보전하고 전승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농업유산을 뜻한다. 100년 이상 농업·농촌지역 환경과 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며 형성시켜온 유·무형의 농업자원이 해당된다. 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 농촌의 다원적 자원을 보전하고 이를 전승·활용하는 데 필요한 자원조사와 관리계획 수립, 주민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에 3년간 10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는다.

나주시는 500년 이상 역사성을 갖춘 전통 농업유산인 나주배의 가치 보존과 계승을 위해 지난해 6월 농림축산식품부에 농업유산 지정을 신청했다. 이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등 5개 전문기관과 협약하고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농가·주민 간담회를 여는 등 유산 지정의 당위성과 절차적 체계성 확보에 힘써왔다.

3대째 전통농법으로 배 농사를 지어온 금천면 원곡리 이병곤 씨 농가를 방문한 심사위원단은 과수원 수리 및 저장 체계인 ‘암거배수(暗渠排水)’와 ‘반지하 저장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암거배수는 흄관 방식의 전통 농법 수리 체계로, 대지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약 60cm의 토관(지름 10cm)을 배수로에 설치하고 그 위로 자갈, 모래, 볏짚과 같은 유기물을 차례로 덮어 토대를 다진다. 볏과에 속한 여러해살이 식물인 신우대 다발을 토관 사이사이에 세워 자연스럽게 물을 암거 배수구에 따라 흐르게 한다. 토양 배수가 관건인 나주배 재배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법으로, 구릉지에서 평야까지 배 재배 지역이 확대됨에 따라 배수가 불량한 곳에서 쓰였다.

항아리 속 왕겨를 넣어 배를 저장하는 항아리 저장법에서 진일보한 반지하 저장법은 명칭 그대로 반지하에 땅을 파고 배를 보관하는 방법이다. 적정 온도(14도)와 습도(95%)를 유지해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배를 저장할 수 있어 현대적인 저온저장고가 상용화되기 이전의 배 저장법으로 널리 쓰였다.

심사위원단은 토양 침식을 막기 위해 목초, 녹비 등을 나무 밑에 가꾸는 초생 재배법을 비롯해 천연 퇴비법, 발연법 등 나주만의 배 재배 농법 시연 현장도 살펴봤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중순경 자문위원회를 열고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나주배에 대한 기록은 1454년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에 나주목의 토공물(土貢物) 목록에 들어있다. 1871년 발간된 호남읍지는 나주배를 임금에게 바친 진상품으로 기록했다. 나주에서는 지난해 2192농가가 배 전국 생산량의 20%가량인 4만7952t을 생산했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영산강 나주 배 전통농업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 배 농업 전통문화 보존뿐 아니라 배 주산지의 명성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나주배#국가주요농업유산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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