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는 스타트업을 들여다보면[Monday HBR]

톰 아이젠만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정리=이규열 기자 입력 2021-05-03 03:00수정 2021-05-0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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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3분의 2 이상이 투자자에게 수익을 되돌려 주지 못한다. 왜 그렇게들 실패하는 것일까? 벤처캐피털리스트들에게 물으면 대개 “말(사업)이 문제지” 또는 “기수(창업자)가 문제지”라는 답이 돌아온다. 특히 창업자의 근성이나 업에 대한 감각, 리더십이 부족했다는 답변이 많다. 그러나 창업자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난마처럼 얽힌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다. 수백 명의 창업자와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터뷰, 설문조사를 실시하며 스타트업 실패 원인을 연구한 결과 가장 만연해 있으며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두 가지 패턴을 발견했다.

첫째, 적절한 이해관계자를 찾지 못한다. ‘퀸시어패럴’(퀸시)의 케이스를 보자. 창업자 알렉산드라 넬슨과 크리스티나 월리스는 젊은 직장인 여성을 위해 네 가지 신체 치수 사이즈를 조절해 편하고 스타일리시한 출근복을 만들었다. 정식 론칭 전 비공개 시착 행사에 참여한 고객 중 25%가 퀸시의 옷을 구매했다. 이후 두 사람은 95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고 정식으로 퀸시를 론칭했다. 초기 주문량도 엄청났고, 첫 시즌 컬렉션 제품을 구매한 손님 중 무려 39%가 재구매했다. 그러나 퀸시는 수요가 늘면서 재고도 늘려야 했다. 동시에 생산 라인 문제로 반품되는 불량 제품도 늘어났다. 문제를 해결하다 현금은 빠르게 바닥났고 추가 자금 조달에도 실패했다. 결국 1년도 안 돼 퀸시는 문을 닫았다.

아이디어도 훌륭했고 예리함과 지략을 갖춘 창업자들의 역량도 뛰어났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옷을 만들어본 경험이 전무했다. 타 의류 브랜드에서 스카우트한 경력자들이 다양한 업무를 소화하길 기대했지만, 전문화된 시스템에 익숙한 이들은 본인 분야가 아닌 일에는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생산 공장 역시 무명 회사가 다른 치수의 옷들을 소량으로 주문하자 늑장을 부렸다. 정보기술(IT) 스타트업에 익숙했던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빠른 성장에만 힘쓰라며 재고를 쌓으라고 압박했다. 퀸시의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친구들을 잘못 사귀었다. 퀸시는 패션업계 경력자를 공동 창업자로 데려오고 공장에 투자를 제안해야 했다. 지분이 생긴 공장은 주문을 신속히 처리하고 생산 라인 문제도 적극 해결했을 것이고 신규 의상 라인의 개발 방향에 대해서도 더 잘 알았을 것이다.

둘째, 사전 준비 없이 무조건 행동에 나선다. 린 스타트업 방법론에서는 “빠르게 수시로 론칭하라” “빨리 실패하라”와 같은 말을 자주 쓴다. 그러나 제품과 서비스를 설계하기 전 고객 니즈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으면 귀한 시간과 자본만 낭비하게 된다. 스타트업 트라이앵귤레이트는 ‘윙스’라는 연애 중개 사이트를 출시했다. 사용자의 친구가 사용자를 대신 소개하고 보증하는 윙맨 시스템을 운영했는데 윙맨 시스템은 1년도 안 돼 버려졌다. 윙맨 시스템의 입소문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고 사용자들이 친구에게 자신의 연애 사정을 알리기 꺼렸다. 이후 사진을 제외한 다른 정보를 먼저 보여 주는 데이트버즈를 출시해 방향 전환을 시도했지만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서 결국 트라이앵귤레이트는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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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조사에서 창업자 수닐 나가라지는 고객 인터뷰를 생략했음을 시인했다. 매칭 시스템이나 윙맨 콘셉트가 유효한지 검증하는 등 사전 조사를 건너뛰고 완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일에만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초기에 제대로 된 테스트 제품을 만들고 고객의 의견을 들었다면 나가라지는 보다 시장 니즈를 충족하는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실패를 명예의 훈장 또는 기업가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처럼 얘기하기 일쑤다. 그러나 실패한 창업자들을 만나보면 분노, 죄책감, 슬픔 등 날것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보인다. 실패는 인간관계도 망가뜨리고 경제와 사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새로운 시도란 본래 위험한 일이지만 그동안 많은 스타트업들이 실패한 원인을 깨닫고 나면 더 생산적이고 덜 멍든 벤처업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한국어판 2021년 5-6호에 실린 ‘스타트업, 왜 실패하는가?’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톰 아이젠만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실패#스타트업#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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