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원톱 누구냐, ‘소파게이트’가 부른 논쟁

파리=김윤종 특파원 입력 2021-05-03 03:00수정 2021-05-0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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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위원장에 ‘상석아닌 소파’ 여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63)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46) 중 누가 EU 최고 권력자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6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67)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국가 정상급 자리로 예우하지 않고 장관급과 마주 보는 소파에 앉게 한 이른바 ‘소파 게이트’ 이후 논란이 더 거세다. 당시 상임의장은 정상급 대우를 받아 터키 대통령 옆자리의 별도 의자에 앉았다. 2009년 유럽의회 권력을 강화한 ‘리스본 조약’ 발효 후 6개월이던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의 임기가 2년 6개월로 늘어나고 영향력 및 발언의 힘 또한 세지면서 집행위원장과 힘겨루기 신경전이 더 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각각 2019년 11월과 12월부터 재직 중인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미셸 의장은 줄곧 불협화음을 내왔다. 둘은 매년 1월 이스라엘에서 열리는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추모 행사에 각각 화환을 보냈다. 리비아 내전, 이란 핵문제 등 주요 글로벌 이슈에 대한 성명도 따로 발표했다. 둘이 2019년 12월, 지난해 2월 아프리카연합(AU)을 방문했을 때도 서로 EU 대표를 자처하는 바람에 AU 관계자들이 곤혹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원회는 1958년 출범했다. 이후 집행위원장은 사실상 ‘유럽합중국 대통령’으로 대접받으면서 EU를 대표했다. 임기도 5년에 이른다. 하지만 리스본 조약 발효로 EU 27개 회원국 정상이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선출한 뒤로 집행위원장의 ‘원톱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영국이 떠난 EU를 양분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의 자존심 싸움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독일 국방장관 출신인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지지를 받고 있다. 벨기에 총리를 지낸 미셸 의장은 프랑스어를 모국어처럼 쓰는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다. 룩셈부르크 출신인 장클로드 융커 전 EU 집행위원장은 2017년 유럽의회 연설에서 “집행위원장과 상임의장 자리를 하나로 합쳐야 한다”고 일찌감치 주장했다. 터키 외교부가 “소파 게이트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EU 내부의 정쟁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 같은 EU 1인자 자리다툼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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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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