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반도체 고리로 한미협력 강화… 백신-북핵 동맹이슈 시험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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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미 정상회담… 주요 의제는

정부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면서 21일(현지 시간) 개최가 확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반도체 협력이 핵심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국가안보 사안으로 다루겠다고 한 반도체 문제에서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주도의 공급망 동참으로 우리 정부가 기조를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이 1월 취임 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 이어 두 번째로 백악관에서 진행되는 대면 회담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외교안보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과의 동맹관계를 그만큼 중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다만 미국의 백신 지원, 대북정책, 미국의 중국 압박 동참, 한일 갈등 등 한미동맹 이슈에서 여전히 엇박자가 날 수 있는 대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미국에 요청한 한미 백신 스와프 등 단기적 백신 지원 문제는 정상회담 정식 의제에는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동맹 이슈를 둘러싼 한미 간 간극을 줄이고 백악관이 강조한 ‘철통같은 한미동맹’을 어떻게 복원할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 한국의 美 주도 반도체 공급망 참여 의제될 듯

정부 관계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2월 말 100일 동안 반도체, 자동차용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글로벌 공급망을 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만큼 미국이 자체 공급망을 갖추는 구상을 마무리하기 전에 미국에 동참 의사를 밝히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6월 반도체 등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방안을 결정해 구상을 발표한 뒤에는 참여가 더욱 어려워지고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칠 타격이 크다고 판단했다는 것.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구상 발표에 앞서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하고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양국 반도체와 자동차용 배터리 협력 등이 명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자국 견제를 위한 것으로 보는 중국이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 등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투자도 적지 않다. 정부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이 중국과 반도체 협력을 완전히 단절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 북한·중국 둘러싼 한미 이견 해소 과제

반도체가 주요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한미 백신 스와프 등 단기적 백신 지원은 의제에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급 계획에 따라 백신이 충분히 확보됐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 대신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기업의 백신을 한국에서 위탁생산하는 한미 간 백신 기술·생산·공급 협력 방안 등 백신·방역에 대한 포괄적인 협력 논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열흘 전만 해도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며 백신 지원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을 겨냥해 “백신 개발국의 자국 우선주의, 강대국의 백신 사재기” 등을 비판하면서 백신 협력에서 엇박자가 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북핵 문제에서는 발표가 임박한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대해 한미 정상이 “함께 추진하자”는 합의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르면 이달 초 이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새 대북정책을 바탕으로 한 조속한 북-미 비핵화 협상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2018년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 계승 표현이 직접적으로 미국 대북정책에 포함될 가능성은 낮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강조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고수하고 있어 한미 정상이 공동으로 내놓을 성명에 비핵화 표현이 빠질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을 주문하는 가운데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큰 점도 걸림돌이다. 중국 견제 성격의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국 협의체인 ‘쿼드’ 참여에 대한 명시적 요청이 없더라도 협력의 필요성을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하며 우회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최지선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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