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임우선]조희연 교육감이 방관한 ‘실세’ 비서실장의 월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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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비서실장이 교육감인가.’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읽다가 든 생각이다. 보고서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등 5명을 특별 채용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정황이 상세히 담겨 있다. 그런데 여기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상으로 주연급 역할을 한 것으로 기록된 인물이 있다. 바로 조 교육감의 비서실장 한모 씨다.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2017년부터 조 교육감에게 자신들이 특정한 해직 교사들을 특채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조 교육감은 특채를 추진하려 하지만 담당 국·과장들이 ‘그건 안 된다’며 반대한다. 그러자 조 교육감은 실무 직원에게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으라’고 말한다.

이때부터 담당 과장, 국장, 부교육감 등 중간간부를 모두 ‘패싱’한 특채가 시작된다. 한 비서실장은 전교조 간부 출신으로, 2016년부터 서울시교육청에 들어와 정책보좌관, 선거본부장 등 다양한 자리를 오갔다. 감사원은 그에 대해 직무상 채용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데도 인사담당 직원을 직접 지휘했고, 심사위원 구성조차 절차를 무시한 채 자신의 지인들로 채워 넣었다며 경징계 이상을 요구했다. 어떻게 비서실장이 이럴 수 있나. 정상적인 조직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비서실장이 논란이 된 건 처음이 아니다. 5년 전에도 조 교육감의 최측근인 조모 비서실장이 급식시설 공사와 관련해 특정 학교에 특별교부금 22억 원이 배정되게 하고 담당 건설업체로부터 5000만 원의 뇌물을 받는 등 각종 비리를 저질러 결국 징역 6년형을 받았다. 당시 더 논란이 된 건 비서실장의 ‘의원면직’(사표 수리) 과정이었다. 원래 공무원의 사표는 비리나 징계에 연루돼 있지 않은지 사전 조회한 뒤 이상이 없어야 수리가 된다. 그런데 조 비서실장은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이라고 서울시교육청에 통보를 했는데도 면직 처리가 됐다.

알고 보니 인사 담당 여직원은 해당 공문을 받고도 이를 담당 과장과 부교육감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중간간부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면직을 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 일은 조 교육감이 핀란드 출장 중일 때 일어났다. 교육감이 ‘꼬리 자르기’를 한 건지 아니면 정말 몰랐던 건지, 또 교육감이 없는 동안 이 모든 걸 지휘한 자는 누구인지를 두고 교육계의 뒷말이 무성했다.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묵인했거나 지시했다면 조 교육감도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었다.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일련의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과연 서울시교육청이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 맞나 싶을 정도다. 조직의 정상적인 의사결정 구조나 원칙이 작동하지 않고, 교육감의 방조 아래 전교조나 진보 정치권에서 넘어온 몇몇 ‘실세’ 간부의 월권이 횡행하는 곳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매년 10조 원의 예산과 10만 명의 교직원 인사를 관장하는 서울시교육청의 민낯이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imsun@donga.com
#조희연 교육감#방관#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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