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전단법 청문회 “인권변호사 출신 文정권, 인권에 초점 안둬”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입력 2021-04-16 03:00수정 2021-04-1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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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인권위 스미스 공동의장 “대북전단법은 BTS 풍선 금지법…
北에 문화 유입 차단하는건 문제”
숄티 등 “북한 인권 개선 위해 대북전단 살포 막아선 안돼”
일부 증인은 전단금지법 옹호
청문내용, 美의회 결의안 반영될듯
15일(현지 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미국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에서 위원회 공동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왼쪽)과 짐 맥거번 민주당 하원의원(오른쪽)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대북전단금지법의 문제점을 다루는 미국 의회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청문회가 15일(현지 시간) 열렸다. 미 의회가 동맹인 한국의 북한인권 관련법을 청문회에 상정한 것은 이례적으로, 청문회 결과가 향후 한국의 인권 정책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톰 랜토스 인권위는 이날 오전 10시 ‘한국의 시민적 정치권 권리: 한반도의 인권에 미치는 함의’를 주제로 청문회를 개최했다. 위원회 공동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공화당)과 짐 맥거번 하원의원(민주당)이 화상으로 주최한 이날 청문회에는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와 고든 창 변호사,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HRW)의 존 시프턴 아시아국장, 제시카 리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원, 이인호 전 주러시아 대사, 전수미 변호사 등 모두 6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국정부 인권 후퇴”…법 개정 촉구도
스미스 의원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성경과 BTS 풍선 금지법’이라고 부르며 이 법의 시행으로 북한으로 종교와 문화 등의 유입이 차단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한 및 중국과의 관계 개선과 핵의 비확산을 이유로 인권에 대한 오랜 약속에서 후퇴하고 있는 것은 극도로 놀라운 일”이라며 “북한주민 2500만 명의 자유를 외면하고 이런 전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문(재인) 정권이 인권에 초점을 맞추는 데 실패했다”고도 했다.

또 “한국은 김정은 정권의 잔혹한 독재정권과는 정반대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평가받는다”면서도 “한국의 ‘민주주의적 부패(democratic decay)’ 상황에 놀랐다”고 말했다. “우리는 문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 제정 외에 기소권을 정치화해 시민단체, 특히 북한 관련 활동을 하는 단체들을 억압하는 것을 봐 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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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 의원은 국내에서 제기되는 ‘내정 간섭’ 등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 청문회는 한국 정치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며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정한 친구는 다른 친구의 인권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줄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상호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의를 공동 주재한 맥거번 의원은 “이 법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면 국회가 그 법의 수정을 결정하길 희망한다”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다만 그는 미국 또한 남부 국경의 불법이민자 대응 등에서 인권보호에 문제가 있었다는 자성과 함께 “지난 4년 간 미국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함께 내놨다. “한반도의 충돌 상황은 모두가 막고 싶고 비핵화 또한 모두가 바라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노력도 언급했다.

●“한국, 더 이상 탈북자들 피난처 아냐”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청문회에서는 대북전단금지법을 비롯한 한국의 인권 대응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보수 논객인 창 변호사와 숄티 대표와 시프턴 국장 등 북한인권 활동을 해온 전문가들은 전단 살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전 변호사는 “대북전단금지법이 실제 북한인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맞섰다.

숄티 대표는 대북전단 및 이와 함께 북쪽으로 띄우는 페트병에 든 쌀, 한국 드라마가 담긴 USB 등을 들어보이며 “이게 위협이 되는 것 같으냐. 진짜 위협은 이런 것들이 아닌 김정은 정권”이라고 했다. 그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탈북자들의 발언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 중국으로 탈출한 북한 주민들이 한국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다시 강제북송되고 있는 것 등의 사례를 들며 “한국은 더 이상 탈북자들의 피난처가 아니며 때로 북한보다 더 위험한 곳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넘어 한국의 전반적인 인권 및 민주주의 상황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창 변호사는 “문 대통령은 자유를 제한하고, 민주주의 규칙을 위협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과 여당은 ‘자유’라는 단어를 삭제하려고 한 바 있다. 중학교 교과서를 수정하고 ‘자유’를 삭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남을 것인가”라는 도발적인 문제까지 제기했다. 이 전 대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청와대 고위인사들의 부패 사례를 거론하며 “핵심 인사들이 처벌받지 않고 빠져나간다”고 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앞세워 보수집회 시위 등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정부 옹호 목소리 맞서며 2시간 격론
북한인권 전문가들의 비판에 맞서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 온 인사들도 증인으로 나왔다.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로 분류되는 퀸시연구소의 리 선임연구원은 “한국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고, 이중에는 문 대통령을 ‘북한의 스파이’라고 부르는 극단적 표현도 있다”고 소개했다.

전 변호사는 “‘독재자의 비참한 최후’ 같은 내용이 담긴 대북전단이 북한 인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며 “이번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에 대해 미국은 물러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청문회 내용은 앞으로 의회의 북한인권 관련 결의안이나 법안 발의 및 심사 과정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통일부는 이날 “청문회가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줄 만한 사안은 아니다”며 이번 사안이 한미 관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에 선을 그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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