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걸려 만든 복제인간 이야기… 永生의 고민 담았죠”

김재희 기자 입력 2021-04-14 03:00수정 2021-04-14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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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복’ 이용주 감독과 배우 공유
전직 정보국 요원 민기헌을 연기한 공유(왼쪽)가 복제인간 서복 역의 박보검을 빼돌리려는 정체불명의 외국인들에게 총을 겨누는 모습. 공유는 암환자인 기헌이 해쓱해 보이도록 촬영장에서 홀로 닭가슴살을 먹고 술은 입에도 대지 않으며 영화를 찍는 6개월 내내 극단의 다이어트를 이어갔다. CJ ENM·티빙 제공
12년 전 가족 한 명이 세상을 떠난 후 죽음이라는 단어는 늘 이용주 감독(51)을 따라다녔다. 데뷔작 ‘불신지옥’(2009년) 개봉과 맞물린 시기였다. 불신지옥으로 자신에게 드리운 어둠에서 탈피하고자 멜로 ‘건축학개론’(2012년)을 만든 뒤 이 감독은 계속 자신을 짓누르는 죽음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2013∼2019년 6년에 걸쳐 완성한 ‘서복’ 시나리오에는 영생과 유한한 삶 사이에서 갈등한 그의 고민이 담겼다.

15일 개봉하는 서복은 ‘복제인간’ ‘SF물’이라는 키워드에서 예상되는 블록버스터 액션물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영원한 삶을 사는 복제인간 서복(박보검)과 서복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그를 지키는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의 대화에 초점을 맞춘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기헌은 서복의 유전자를 활용해 새 생명을 얻고 싶다는 욕망이 누구보다 큰 인물이다. 하지만 ‘죽음이 있기에 삶이 더 의미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과 맞닥뜨리면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 정의한다. 이 감독과 배우 공유(42)를 13일 화상으로 만났다.

‘건축학개론’ 후 9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 이용주 감독은 “건축학개론이 의외의 성공을 거두면서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이 커 서복을 만드는 데 오래 걸렸다”고 고백했다. CJ ENM·티빙 제공
“오랜 암 투병 끝에 가족 한 명이 돌아가셨는데 굉장히 충격이었다. 어머니도 연세가 많다. 제 가까이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늘 있었다. ‘살고 싶은 건지, 죽는 게 두려운 건지 모르겠다’는 기헌의 대사가 저를 짓누르는 고민이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죽음을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이 결국 내게 구원이 됐다.”(이 감독)

복제인간이라는 소재와 삶과 죽음에 대한 선문답. 일면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소재를 버무리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6년에 걸쳐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쳤다. 이 감독의 고민을 공유는 시나리오에서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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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머리가 띵했다. ‘넌 그래서 왜 사는데?’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답을 하려니 말문이 막히더라.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죽을 때까지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도전했다. 한 번 출연을 거절했음에도 생각은 계속 서복에 머물러 있어서 두 번째에 오케이 했다.”(공유)

서복은 기헌에게 “죽는 게 두려운가요? 그럼 사는 건 행복했나요?” 같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공유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을 ‘신이 진행하는 테스트’에 비유했다. 신적인 역할에 박보검 이외의 배우는 상상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제게 서복은 신과 같은 존재였다. 죽음을 앞둔 유약한 인간에게 서복은 ‘네가 날 지키는 건 네가 살기 위함이잖아? 그럼 넌 왜 살고 싶지? 더 살아야 할 가치가 있는 인간이야?’ 등의 질문을 던지며 테스트를 한다. 촬영하며 보검 씨 눈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선하고 맑은 기존 이미지의 이면에 어둡고 날카로운, 냉혈한 같은 느낌도 담겨 있었다. 이중적인 눈빛이 서복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공유)

지난해 개봉할 예정이던 서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제작투자를 맡은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극장에 동시 공개한다. 국내 영화 중 극장과 OTT 동시 공개는 처음이다.

“첫 영화가 스태프로 참여한 ‘살인의 추억’이다. 두 시간 남짓한 이야기에 엄청난 공력을 써서 큰 스크린에서 이를 느끼게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작은 모니터로 옮겨 왔을 때 영화의 모든 걸 다 보여주지 못할까 걱정은 되지만 지금 시점에선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게 영화 만든 사람에게는 가장 큰 축복이다.”(이 감독)

“동시 공개 소식을 들었을 때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차분히 생각해보면 받아들여야 하는 게 시대의 흐름이다. 안타깝지만 장소 불문하고 더욱 다양한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거라고 생각한다.”(공유)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서복#영화#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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