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은 출혈 잡는게 중요… 레보아가 ‘시간 벌기’ 핵심

  • 동아일보

대동맥에 풍선 삽입해 출혈 줄여
응급실 도착 후 20분내 시행해야
한국형 레보아 교육 코스 만들어
수술실-영상검사실 기능 한곳에
‘하이브리드 응급실’ 시스템 계획

장성욱 단국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충남권역외상센터장·왼쪽에서 두 번째)가 복부에 대량 출혈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대동맥 내 풍선폐쇄소생술(레보아)을 교육하고 있다. 단국대병원 제공
장성욱 단국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충남권역외상센터장·왼쪽에서 두 번째)가 복부에 대량 출혈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대동맥 내 풍선폐쇄소생술(레보아)을 교육하고 있다. 단국대병원 제공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출혈로 쇼크에 빠진 중증 외상 환자의 가슴을 열지 않고 혈관을 통해 의료용 풍선을 삽입해 복강내 출혈을 일시적으로 막는 장면이 등장한다. 대동맥 내 풍선폐쇄소생술인 ‘레보아(REBOA)’다. 극 중에서는 짧게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치료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중증 외상 치료가 실제로 이뤄지는 곳이 권역외상센터다.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나 추락, 산업재해 등으로 다발성 골절과 대량 출혈을 동반한 중증 외상 환자에게 즉각적인 소생술과 응급수술,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설·장비·전문 인력을 갖춘 외상 치료기관이다. 병원 내 치료에 그치지 않고 사고 예방, 현장 처치, 이송, 재활까지 외상 치료 전 과정에서 소방과 행정기관과 협력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는 2012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충청 지역 최초의 권역외상센터 지원 대상 기관으로 선정된 뒤 2014년 국내 세 번째 권역외상센터로 문을 열었다. 외상소생실과 외상 전용 중환자실, 수술실, 컴퓨터단층촬영(CT)실, 혈관조영실 등을 갖추고 60항목 303점의 장비를 외상 환자 전용으로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장성욱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 센터장은 “중증 외상 치료의 핵심은 얼마나 빨리 출혈을 통제하고 시간을 벌 수 있느냐”라며 “레보아는 그 시간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다음은 장 센터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장성욱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 센터장.
장성욱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 센터장.

―충남권역외상센터는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

“충남권역외상센터는 외상 전담 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교수진이 24시간 상주하며 중증 외상 환자를 전담 치료하는 조직이다.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의료진 지원과 외상 전담 간호 인력도 센터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다. 충청권에서 중증 외상 진료 공백을 줄이고 예방 가능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

―주로 어떤 환자들이 내원하나.

“대부분이 중증 외상 환자다. 교통사고, 추락, 산업재해, 가정 내 사고까지 원인은 다양하다. 산업시설이 많은 지역 특성상 추락이나 기계 끼임, 절단 사고도 적지 않다. 센터 개소 이후 매년 2400명 정도가 내원하고 있으며 손상 중증도 지수(ISS) 15점 초과인 중증 외상 환자 비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15세 남학생 환자가 기억에 남는다. 귀가 중 대형 버스에 치여 간과 폐 파열, 골반과 쇄골 골절, 화상 등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도착 직후 레보아를 포함한 응급수술을 시행했고 이후 외상 중환자실에서 여러 차례 수술과 체외막산소공급(ECMO) 치료가 이어졌다. 보호자는 ‘의료진이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현재 이 환자는 일상생활을 대부분 회복했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중증 외상 환자는 대량 출혈이 가장 큰 문제다.

“맞다. 외상 후 1∼2시간 이내 사망의 주요 원인이 대량 출혈이다. 가슴이나 복부의 주요 혈관 손상, 고형 장기 손상, 골반 손상에서 흔히 발생한다. 대량 출혈이 발생하면 출혈을 빠르게 조절하고 응고 장애를 교정하는 손상통제소생술이 중요하다.”

―기존 대동맥교차클램프와 비교해서 어떤가.

“대동맥교차클램프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매우 침습적이고 숙련된 수련이 필요하다. 반면 레보아는 가슴을 열지 않고 대동맥 내에 풍선을 삽입해 하부 출혈을 줄이고 뇌와 심장으로 가는 혈류를 보존할 수 있다. 출혈 위치에 따라 폐쇄 부위를 조절할 수 있고 풍선 팽창 정도를 조절해 허혈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 외상소생실에서 치료받고 있는 15세 남학생. 대형 버스에 치여 간과 폐 파열, 골반과 쇄골 골절, 화상 등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 외상소생실에서 치료받고 있는 15세 남학생. 대형 버스에 치여 간과 폐 파열, 골반과 쇄골 골절, 화상 등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충남권역외상센터가 레보아 치료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레보아는 응급실 도착 후 20분 이내 시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진료과와 상관없이 현장에서 환자를 처음 만나는 의사 누구나 필요성을 판단하고 시행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한국형 레보아 교육 코스를 만들었다.”

―레보아 교육 코스를 직접 만든 배경은 무엇인가.

“외국 교육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라가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일본, 스웨덴, 미국의 교육과정을 직접 경험한 뒤 국내 환경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18년 5월 국내 최초 레보아 교육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국내외를 포함해 22차례 시뮬레이션 교육을 진행했다. 다학제 협력 없이는 성공적인 레보아도 불가능하다.”

―하이브리드 응급실 시스템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하이브리드 응급실 시스템은 응급실, 혈관조영 영상검사실, CT검사, 수술실 기능을 한 공간에 통합한 구조다. 환자를 이동시키지 않고 초기 소생부터 CT, 혈관 중재, 응급수술까지 연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도입돼 임상 성과가 보고됐다. 다만 구축 비용이 많이 들어 병원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지방정부와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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