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거짓말 후보” 오세훈 “자질 미달”… 내곡동-해외봉사 놓고 난타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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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D-7]서울시장 후보 2차 TV 토론

4·7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에서 진행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앞서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7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에서 진행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앞서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7 보궐선거를 8일 앞둔 30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2030세대 표심을 집중 공략했다.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사전투표 시작일이 3일 앞으로 다가온 것을 고려한 행보다. 민주당은 각종 공약을 쏟아내며 청년층 달래기에 나선 반면 국민의힘은 분노한 청년들에게 판을 깔아주고 ‘정권심판론’의 기세를 몰아갔다. 두 후보가 두 번째로 맞붙은 TV토론에서 박 후보는 내곡동 땅 특혜 의혹을 앞세워 “거짓말 후보” 공세를 이어갔고, 오 후보는 “지독한 모함”이라고 반박했다.

○ 朴 “吳, 청년일자리 뺏어” vs 吳 “은퇴 후 봉사”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이날 TV토론회 기조연설부터 작심한 듯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겨냥했다. 박 후보는 “(오 후보가) 거짓말로 논점을 흐리고 있다”며 “거짓을 미래 세대에 물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전날 TV토론회에서 오 후보가 송파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알지 못한다”고 답변한 것도 거짓이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오 후보가 2008년 SBS와 인터뷰한 보도 내용을 확인했다는 것. 이에 대해 오 후보는 “어제 질문을 받고 돌아가서 오늘 아침 확인을 했다”고 인정했다. 연일 제기되는 내곡동 땅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이 사건의 본질은 상속받은 땅이고 제가 관여한 바 없이 시중가의 약 85%로 강제수용된 땅이라는 것”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이 사건의 본질은 ‘거짓말을 했느냐 안 했느냐’”라며 “서울시민들은 아마 다 판단을 하고 계실 것”이라고 압박했다.

박 후보는 “오 후보의 처가 땅과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사저,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사유지가 근처에 다 붙어 있다”며 내곡동 일대가 그려진 지도까지 꺼내들었다. 그는 “MB 패밀리와 MB 황태자의 땅이 붙어 있는 곳이 그린벨트에서 해제됐다”며 “보면 볼수록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이 땅은 상속받은 땅을 갖고 있다가 정부 방침에 의해 처가에서 강제 수용을 당한 것”이라며 “특별히 돈을 벌려고 특혜 받은 것처럼 하는 것은 모함도 지독한 모함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박 후보는 또 오 후보가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 중장기자문단으로 선발된 것을 두고 “(청년) 일자리를 빼앗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오 후보는 “(해당 활동은) 은퇴한 이후 개발도상국을 도와주는 봉사 프로그램”이라며 “청년 자리를 빼앗았다는 주장은 자질 미달로 선거 후에 책임을 묻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는 박 후보에 대해 단 한마디 부정적 흑색선전에 가까운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 성난 청년층 달래기 vs 판 깔아주기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앞 집중 유세에서 “청년의 기개가 살아야 서울의 미래가 밝다”며 “현재 서울시에서 청년 5000명에게 월 20만 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것을 화끈하게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어 2023년까지 직주일체형 청년주택 2만 채 추가 공급, 청년 1, 2인 가구와 여성안심주택 품질 향상 등 청년 공약을 쏟아냈다.

박 후보가 청년층 표심 잡기에 나선 건 20, 30대 지지층이 최근 크게 이탈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층으로 분류됐던 20, 30대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부동층 또는 국민의힘 쪽으로 대거 이탈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청년층은 중장년층에 비해 진보 성향이 뚜렷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국 사태’ 등 불공정 논란과 취업난, 부동산 정책 실정 논란, 김상조 전 대통령정책실장 전세금 인상 논란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지지 정당이나 후보자 결정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역 앞 집중 유세에서 청년들에게 먼저 마이크를 내줬다. 이날 대학생 홍모 씨(24)는 “2017년 촛불집회에 참여했고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지만 지금은 (투표한) 이 오른손이 너무 후회스럽다”며 “문 대통령이 외쳤던 공정과 정의를 찾기 어렵게 됐다”고 꼬집었다. 청년들의 어깨를 두드린 뒤 유세차에 오른 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위선 정권”이라며 “4년 동안 대한민국은 상식과 원칙이 무너져 내렸다. 삶의 가치라는 게 땅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성토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2030 시민 유세단’을 꾸리고 당적 유무와 관계없이 청년들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된 이들의 발언 영상이 화제가 되자 국민의힘은 부산 유세에도 이를 활용할 방침이다.

박민우 minwoo@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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