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외교원장 “한미동맹은 ‘가스라이팅’… 韓 이성 마비” 주장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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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급 현직 인사가 신간서 주장
“韓, 동맹에 중독돼 판단력 잃어
美, 해방자 아닌 점령군으로 시작”
野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 비판

외교부 산하인 국립외교원의 수장인 김준형 원장(사진)이 29일 펴낸 신간에서 “한국은 한미동맹에 중독돼 왔다. 압도적인 상대에 의한 ‘가스라이팅(gaslighting)’ 현상과 닮아 있다”며 “(주한)미군 철수는 한반도 평화 체제의 구축 과정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현직 차관급 인사가 한미동맹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주류인 ‘연정 라인’(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자 대선 캠프 출신이다. 임기 2년인 김 원장은 8월 퇴임한다.

김 원장은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에서 한미 관계가 ‘가스라이팅’과 유사하다며 지난해 4월 미국 백악관 청원 홈페이지에 ‘한미 안보를 위협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라’는 청원이 올라간 데 대해 “한미동맹이 한국의 이성을 마비시킨 가스라이팅의 사례”라고 주장했다. 가스라이팅이란 상대방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해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상대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데이트 폭력 양상을 설명할 때 주로 사용된다. 그는 또 “한미동맹이 출발부터 기울어져 있었다”며 “미국은 35년 (일본) 제국주의를 벗어나게 해준 ‘해방자’라기보다는 실제로는 식민지인을 대하는 새로운 점령군에 가까웠다”고 했다.

김 원장은 30일 책 출간을 홍보하기 위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언젠가는 미군이 철수할 수 있다. 한미 관계는 깊어져야 하지만 군사동맹이 강화되는 건 대외 환경이 힘들어지는 것이라 손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미 관계가 신화화됐다고 생각한다. 상식적,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판단을 못 하게 됐다”고도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집권 초반의 한미 관계를 설명하면서 “속된 표현으로 미국이 우리의 ‘삥’을 뜯은 거였고, 당시 우린 ‘빵셔틀’ 취급을 당한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고위 공직자의 발언으로 매우 부적절하다”며 “청와대나 외교부 장관이 책임 있는 입장을 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교부는 “해당 저서는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으며 학자로서 개인적 소신과 분석을 담은 글”이라고만 했다. 김 원장은 한동대 교수 출신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김준형#외교원장#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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