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부동산 때문 화나고 한스럽다”… 성난 민심에 바짝 엎드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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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D-7]다급한 여권 ‘정책 뒤집기’ 릴레이

성북구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왼쪽)이 같은 당 김영배 의원과 함께 30일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성북구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왼쪽)이 같은 당 김영배 의원과 함께 30일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요새 부동산 때문에 시민 여러분 화나고 속상하신 것 잘 안다. 저도 화나 죽겠다. 화나면서 후회도 되고 한스럽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30일 서울 성북구 유세 현장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4·7 재·보궐선거를 강타하고 있는 성난 부동산 민심 앞에 고개를 숙인 것. 민주당은 나아가 4년 동안 고수해오던 문재인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까지 전면 수정하겠다고 나섰다. 이 같은 ‘자기부정식’ 릴레이 정책 수정에 여권 내부에선 “정책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 먹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대출규제 완화, 보유세 경감 카드까지

공시가 현실화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 중 하나다. 이달 초 발표한 공시가 인상안을 두고 “세금 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지적에도 민주당은 오히려 ‘가짜 뉴스’라고 맞섰다. 민주당 김태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6일 “대부분의 공동주택은 재산세에 큰 변동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랬던 민주당이 공시가 인상 속도조절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파트값 상승으로 재산세 부담이 커진 서울 유권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판단에서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먼저 불씨를 댕겼다. 26일 박 후보가 “9억 원 이하 아파트 공시가 인상률이 10%를 넘지 않도록 당에 제안하겠다”고 운을 띄우자 “공시가 9억 원 이상 주택 보유자를 서민이라 보기 어렵다”던 민주당은 이들에 대한 재산세 인하 검토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여기에 정부의 핵심 부동산 규제였던 대출규제 완화 여지도 열어뒀다.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29일 ”장기 무주택자와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게 제공되는 각종 혜택의 범위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다주택 보유 기록이 없는 1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한을 높여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당초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불만에도 “시장이 들썩일 수 있다”며 고수했던 대출규제 방침을 정부 출범 4년 만에 수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동시에 2·4 부동산대책을 통해 밝힌 공공 주도 부동산 공급 기조도 손댈 기세다. 박 후보는 28일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재건축 재개발은 공공 주도가 최선은 아니다”라며 “입지나 상황에 따라 민간의 활력과 효율이 더 필요한 곳도 있다”고 했다.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 주도형 부동산 공급 대책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한 말과 배치된다.

○ 與 총선 전에도 “종부세 완화” 약속했지만 불발

송파구의 김종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서울 송파구 거여역 사거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송파구의 김종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서울 송파구 거여역 사거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권은 또 적폐 청산 대상으로 삼아오던 검찰에 부동산 투기 수사를 맡기기로 했다. 정부는 29일 문 대통령 주재 반부패정책협의회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수사에 검사 및 수사관을 투입하고 검찰에 투기 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해오던 여권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 부동산발(發) 민심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다.

여기에 민주당 설훈 의원은 이날 자신이 대표 발의한 민주유공자 예우 법안을 철회하겠다고 밝히며 ‘정책 뒤집기’ 사례를 또 하나 추가했다. 민주화운동 유공자나 가족에게 각종 지원을 해주는 법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황급히 수습에 나선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부동산뿐 아니라 민심을 달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터진 민심의 둑을 막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쏟아내는 ‘자기부정 정책’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지난해 4·15총선 전에도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감면”을 약속했지만 선거 뒤 결국 ‘종부세 원안 유지’로 말을 바꾼 바 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부동산#성난민심#재보선#정책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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