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보챈다고… 생후 7개월 딸 내던져 뇌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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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동남아국적 20대 엄마 구속
“육아 스트레스에 21차례 폭행”

태어난 지 7개월 된 여자아이가 뇌사에 빠졌다. ‘울며 보챈다’는 이유로 엄마로부터 폭행을 당해 뇌의 75%가 손상됐다. 아이 엄마는 홀로 딸을 돌보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전북경찰청은 동남아시아 국적의 20대 여성 A 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A 씨는 익산 집에서 딸 B 양의 얼굴을 때리고 바닥에 수차례 던져 뇌사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의 손찌검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정도 이어졌다.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오줌을 싼다거나 자다 깨서 울며 보챘다는 게 이유다.

경찰이 확인한 폭행 횟수만 21차례다. 절반이 넘는 12차례에 걸쳐 아이를 1m 높이에서 떨어뜨리거나 방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당시 바닥에는 1cm 정도의 얇은 매트만 깔려 있었다.

평소보다 오랜 시간 잠을 자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남편이 12일 저녁 B 양을 병원으로 옮겼다. 정밀검사 결과 뇌 전체의 4분의 3이 부상을 당했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B 양은 현재 의식이 없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의료진은 B 양에게서 ‘흔들린 아이 증후군’으로 보이는 증상을 발견했다. 아이를 세차게 흔들었을 때 뇌 손상, 망막 출혈 등이 일어나는 증상이다.

혐의를 부인하던 A 씨는 학대 행위가 담긴 영상과 휴대전화 검색 기록 등을 토대로 경찰이 추궁하자 학대 사실을 인정했다. A 씨는 19일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구속됐다.

A 씨는 지난해 8월 출산한 뒤 친정 엄마에게 육아를 도움받으려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국이 어려워지자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남편은 직장 때문에 육아를 적극적으로 돕지 못했다. 우리말도 서툴러 주변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경찰은 40대 남편 C 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지만 딸을 학대하지 않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A 씨 부부는 2019년 7월 외국에서 결혼했으며 A 씨는 4개월 뒤 임신한 상태로 입국했다. 부부 사이에 다툼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건장한 체격의 엄마가 딸을 수차례 내동댕이치고, 축 늘어졌는데도 학대를 멈추지 않아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고 살인 미수 혐의를 적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익산=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뇌사#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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