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밀입국 9세 소녀, 리오그란데강 참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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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국적… 강 건너다 익사
엄마-동생은 간신히 목숨 건져
2019년에도 부녀 사망 충격

美 세관당국에 구금된 밀입국자들 미국 세관당국 관계자들이 20일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남부 텍사스주 히댈고에서 
밀입국자들을 구금하고 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포용적인 이민 정책을 주창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1월 출범한 후 
국경 검문소에서 적발된 불법 밀입국자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히댈고=AP 뉴시스
美 세관당국에 구금된 밀입국자들 미국 세관당국 관계자들이 20일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남부 텍사스주 히댈고에서 밀입국자들을 구금하고 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포용적인 이민 정책을 주창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1월 출범한 후 국경 검문소에서 적발된 불법 밀입국자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히댈고=AP 뉴시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던 멕시코 9세 여자아이가 미 남부 텍사스주와 멕시코를 가로지르는 리오그란데강에서 20일 익사한 사실이 알려졌다. 국경장벽 건설 등 반이민 정책을 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조 바이든 행정부가 포용적 이민정책을 시도하자 밀입국자가 급증하면서 인명 피해 또한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숨진 아이는 엄마, 3세 동생과 함께 강을 건너다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엄마와 동생은 간신히 살아났지만 이 아이는 깨어나지 못했다. 어머니는 과테말라, 두 아이는 멕시코 국적인데 어머니가 멕시코를 거쳐 두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가려던 중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미 국경을 넘으려다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구조된 밀입국자는 500여 명에 이른다. 미국 땅을 밟기만 하면 달라진 이민정책에 따라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부모 등 성인과 함께 움직이지 않는 어린아이와 청소년들까지 국경을 넘으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주요 밀입국 통로인 리오그란데강에서는 2019년에도 엘살바도르 출신의 20대 아버지와 23개월 된 어린 딸이 모두 익사한 사진이 공개돼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만간 멕시코 국경지대를 방문해 바이든 행정부의 포용적 이민정책에 반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27일 보수 매체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몇 주 사이에 멕시코와 접한 남부 국경을 방문할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내가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남부 국경에서 이민자가 급증하는 상황이 매우 위험하며 주무 장관인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장관 또한 무능하다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밀입국#리오그란데강#참변#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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